슬랙을 처음 도입하기까지...
처음 슬랙(Slack) 만난 건 한 4년 전 쯤이었다. 어떤 프로젝트를 위함이었는데, 프리랜서였던 내게 ‘협업’이라는 건 생각 이상으로 낯선 단어였고, 협업 툴이라는 슬랙 또한 그랬다. 그때도 지금도 생산성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혹해서 몇 번 써보긴 했지만, 낯선 인터페이스와 생각보다 어려운 사용법. 그리고 프로젝트가 격정적인 과정—이라 쓰고 엎어진다고 읽는다.—을 거친 후엔 슬랙과의 인연도 시나브로 사라져버렸다.
처음 얼리어답터에서는 아주 전통적인 메신저, 유구한 역사의 메신저. 네이트온을 썼다.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젊은 느낌의’ 매체에서 오늘 내일하는 메신저를 쓰다니. 가히 문화충격이라 부름직 했다. 심지어 네이트 아이디가 없어 새로 가입까지 해야 했다. 부끄러움을 못 이기고 삭제한 싸이월드와 함께 네이트와의 인연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불편한 만남을 이어가야 할 줄은 몰랐다.
이제야 퇴물 소리를 듣지만, MSN의 아성을 무너뜨린 네이트온은 한때 매우 감각적인 메신저였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런데 그건 무료 문자 100건 줄 때 얘기고, 도대체 왜 이 불편한 메신저를 이용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마귀 같은 메신저. 취재 때문에 외근도 잦아 모바일 네이트온마저 설치해야 했다.
네이트온의 몰락을 불러온 이유 중 하나가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모바일 네이트온은 아직도 이런 문제를 훌륭히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 빌어먹을 단체방
조직이다 보니 단체로 전파해야 할 내용도 있고, 이리저리 프로젝트 별로 따로 팀을 구성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둘 열기 시적한 단체방이 무한 증식하는 효과를 낳았다. ‘잘못 말하면 X되는 방’, ‘넵 방’ 같은 불필요한 채널도 생겼다. 그리고 이 방들이 하나둘 알림을 보내고, 미처 확인하지 못했더니 채팅창을 떨리게 하기도 하더라. 도대체 이 기능은 누가 만든 건가, 마귀의 소행이 분명하다.
퇴사자가 생기면 이 사람이 빠진 방을 새로 팠다. 퇴사자가 아름답게 방을 나가주면 좋았겠지만, 누가 그런 귀찮은 짓을 할까. 이직한 곳에서 네이트온을 하면 개인 메시지라도 보내볼 텐데, 오늘 내일 하는 메신저에서 그런 걸 기대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이런 불편함을 안고 회사를 열심히 다녔다.
무분별한 단체방의 난립
들쭉날쭉한 파일 관리
알림 설정이 제한적
퇴사자가 생기면 새로운 채팅방을 만들어야 했음
메신저를 설치해서 써야만 함
이 이야기가 전환을 맞은 건, 그나마 회사에서 건의다운 건의를 할 수 있게 됐을 때, 이른바 ‘대격변’의 시대를 맞았을 때다. 협업툴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다행히 ‘윗선’에서도 슬랙을 알고 있고 문제에 공감했기에 큰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약 일주일 정도의 병행 기간을 거쳐 무사히 슬랙으로 주 채널을 바꿀 수 있었다. 이때, 개인적으로 ‘슬랙 도입기(How to start Slack)’이라는 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무사히...라고는 하기 힘들 수도 있다. 4년 전에 내가 겪었던 고통을 우리 구성원도 고스란히 겪어야 했다. 큰 문제는 새로운 내용을 학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한국어를 미지원하는 슬랙은 쉽게 익히기 까다로운 존재였고, 메신저와 궤를 달리하는 시스템 또한 낯선 존재였다. 채널은 뭐고, 멘션은 뭐고, 쓰레 기능은 또 뭐람. 이거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거예요? 하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슬랙이 필요한 이유를 구성원에게 전달하고, 개설과 쓰는 법을 간단히 교육하고,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그때그때 붙어 1:1 혹은 1:다수로 방법을 전파했다. 슬랙에 관해 얕은 지식만 있었기에 매번 가르치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그래도 제법 손쉽게 채널을 바꿀 수 있었던 이유를 꼽자면, 1)기존 채널의 문제점을 구성원들이 인식하고 있었고, 2)(당시) 구성원이 줄면서 의사결정을 기민하게 할 수 있었으며, 3)(아이러니하게도)수직적인 의사체계가 남아있다는 점을 꼽겠다.
도입의 필요성을 구성원이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가?
도움을 요청할 구루(Guru)가 있는가? 혹은 내가 기꺼이 스승을 자처할 수 있는가?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조직인가?
현재 얼리어답터에서는 구글 기반의 메일, 클라우드, 문서도구를 쓰고 있으며, 내부 메시지는 슬랙을 이용해 주고 받는다. 일부 하위조직에서는 트렐로(Trello)를 별개로 쓴다. 1년이 지나 그 결과를 자평하자면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 하고 싶다.
그 이유는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