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순번 6] 난자채취
환자복 입고 수술 모자를 쓰고 있으니 사뭇 재미있어 보인다.
소중한 내 지인들이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말할까?
또다시 드는 생각. ‘아파서 온 게 아닌데 환자가 된 것 같군.’
그저께 밤 맞은 난포 터뜨리는 주사는 이틀 후 예정된 시간에 딱 맞춰 시술대에 나를 눕혔다. 투약 후 정확히 35시간 후다.
과배란주사 맞으며 열심히 키운 난자는 잠시 후 몸 밖으로 꺼내진다.
10까지 숫자를 세라고 했는데 6쯤 셀 때부터 기억이 없다. 마취주사가 잠 속에 빠뜨렸다.
난자 채취 바로 전 방문 때 초음파로 난포 7개가 보인다고 했다. 적다. 보이는 난포보다 많이 채취된 경우도 있다고 하니 실제 결과를 기대해 보자.
헤롱헤롱한 상태로 비몽사몽 깬 내게 간호사가 말해준 성적표는 5개. 공난포는 없다.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위로해 본다. 5개 다 수정되기를 기대해 보자.
채취 시간은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채취 난자 수만 듣고 이어서 하려던 추가 안내 사항 설명은 잠시 미뤘다.
어지러워서 계속 듣지 못하겠다는 내 요청을 친절하게도 간호사가 들어준 덕분이다.
채취 후 한 번, 또다시 잠들었다 깨어 두 번째 일어나 보니 한 시간 사십 분이 훌쩍 지나있다.
이때까지 사무실을 비운 채 거래처 전화받아가며 밖에서 대기한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시술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대기한 시간까지 합치면 3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앞뒤 시간 제하고 순수하게 채취한 시간은 5분이었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
알아서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단 생각에. 속이 메슥거리지 않으면 점심 뷔페에 가서 밥을 먹겠노라 이야기하고 나는 귀가 남편은 출근을 했다.
잘 자란 난자는 다 내어주고 신용카드사에서 보내온 메시지에 채취비용으로 50만 원 결제한 결과만을 들고 집으로 왔다.
대단한 과학 기술이다. 미세한 크기 세포를 밖으로 꺼내다니. 오전에 채취한 난자와 정자는 오후에 수정시킨다고 한다. 이 과정이 다 몸 밖에서 이루어진다.
일찍 결혼하여 아이를 가진 친구들은 하지 않은 일들이다. 주변에 이야기해도 이 모든 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공감이나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제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그녀들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채취 후에도 컨디션이 꽤 괜찮았지만 외출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취주사가 체내에서 기능을 다 했는지 아랫배 쪽이 점차 아파오는 통증이 몇 시간 있었다.
채취하는 날 하루는 쉬어야겠다 생각했다. 채취 개수는 많지 않아도 남들 하는 건 다 하느라 이온 음료도 미리 사두었다.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불안함에 24개나 사놓은 이온음료가 아까울 지경이다. 오후 내내 TV 시청하며 겨우 1L를 마셨다.
셰릴 리처드슨이 심리치료사 루이스 헤이를 인터뷰하여 출간한 책 ‘루이스 헤이의 긍정 확언’에 나오는 한 구절을 떠올려본다.
‘그렇게 될 수 없어’에서 ‘그렇게 될 수 있어. 방법만 찾아내면 돼’로 생각을 전환해야 된다.
건강에 위기를 겪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런 말을 권한다.
’ 나는 치유될 자격이 있습니다.‘
’ 나는 치유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
내 삶에 아이는 분명 있다. 아이 가질 자격이 있고, 아이 갖는 치료받을 가치가 있다. 아이만 만든다면 뭐든 할 수 있는 게 난임 치료 길을 선택한 여성들 마음일 것이다. 지금도 잘했다. 호르몬을 매일 주사 맞고 수면마취, 출혈, 난소에 무리가 가는 것을 감수하며 채취도 했다.
시간이 생명인 난임 환자인데 오늘 채취도 과거가 되었다. 하루가 아쉽지만 아기에게 조금 더 다가가는 시간이었을 것이라 생각하자.
적당히 아팠고 적당히 힘들었던 첫 난자채취 느낌을 한 줄로 정리해 보았다.
‘시험관 할 만하네~’
#난자채취 #첫난자채취 #Fresh
*전 세계 5천만 독자의 삶을 바꾼 ‘루이스 헤이의 긍정 확언(루이스헤이, 셰릴 리처드슨 지음. 센시오)’
책에는 실제 이렇게 기재되어 있습니다. (P.36~38)
(셰릴 리처드슨 질문)
: ”치료에 필요한 걸 끌어당길 수 있는 지점에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제가 물었습니다.
(루이스 헤이 답변)
: 우선, 그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해요. 우리는 모두 치유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갖과 있어요. ‘그렇게 될 수 없어’에서 ‘그렇게 될 수 있어. 방법만 찾아내면 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해요. 불치병이라는 단어는 그 순간에 어떤 외부적인 방법으로 치유될 수 없다는 걸 의미하니, 우리는 우리의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저는 늘 말해왔습니다. 물론 그건 당신의 생각을 바꾼다는 걸 의미해요.
(셰릴 리처드슨 질문)
: ”그러면 만약 건강에 위기를 겪고 있는 누군가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서 그들에게 어떤 말을 권하시겠어요? “
(루이스 헤이 답변)
: 저는 이런 말로 시작하고 싶어요.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용서합니다.
나는 나의 분노, 두려움, 원망 혹은 당신으로 인해 내 몸이 망가지는 걸 용인한 내 자신을 용서합니다.
나는 치유될 자격이 있습니다.
나는 치유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내 몸은 어떻게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내 몸이 영양상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것에 협조하겠습니다.
내 몸에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주겠습니다.
나는 내 몸 구석구석을 사랑합니다.
차갑고 맑은 물이 내 몸을 통과해서 흐르며 모든 더러움을 씻어주고 있다는 걸 압니다.
내 몸의 건강한 세포들이 매일매일 더 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삶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내가 치유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확신 합니다.
내 몸을 만지는 모든 손은 나를 치유하는 손입니다.
내 몸이 얼마나 빨리 치유되고 있는지 의사들이 놀라고 있습니다.
나는 매일 모든 방법으로 더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안전합니다.
삶은 나를 사랑합니다.
나는 완전히 치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