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잘하는 요령 알려드릴까요?

by 실버반지

간호조무사 실습은 총 780시간 중 400시간 이상을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이수해야 한다. 780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일수를 계산하면 97.5일이 나오고 이 외에도 이론을 740시간 들어야 하니 상당히 긴 과정인 편이다.


병원에서 400시간을 보내려면 일수로는 50일, 만약에 병원에서만 780시간을 다 채운다면 97.5일을 보내야 하는데 실습 다니는 병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매우 고된 시간이 될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97.5일이라는 게 대체 얼마나 긴 시간인지 계산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지 않은가.


약 100일이라 치고 주 5일 근무, 월 20일을 다닌다 했을 때 무려 5개월이라는 시간이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병상 30개 이상을 두고 있는 곳이라 규모가 크고 종합병원은 이보다 더 크다.


병원이 클수록 활동 범위가 넓고 같은 일을 해도 다녀야 하는 반경과 동선이 크고 길어 다리가 더 아프다. 물론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더 많은 수의 의료진으로부터 배울 수 있고 배치 순환이 잘 이루어진다면 다양한 진료과목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실습지 선정을 잘해야 가서도 마음이 편하고 몸은 힘들어도 정신은 괴롭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난 집 가깝고 이 지역에서 꽤나 규모가 있는 유명 병원을 실습지로 선정했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환자들 동선을 감안한 효율적인 공간 구성, 특화된 진료와 우수한 실력을 갖춘 의료진으로 알면 알수록 괜찮은 곳이다.


여기서 일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누구라고 쓸 수는 없지만 연예인 한 명에 아는 사람 두 명을 봤으니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 피부로 느껴졌다. 아는 사람들은 특히나 10년 전, 25년 전에 알던 사람들로 그들은 나를 못 알아봤지만 나는 너무 반가웠다. 그 오랜 세월 한 번도 못 봐온 사람들을 여기 와서 만난 것도 놀라웠고, 변하지 않은 모습에 신기했고 내가 알아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라도 있으면 더욱 신이 나고 실습 나가는 하루가 즐겁다.


현재 내가 있는 곳 사람들도 나에게 잘해주신다.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외모와 여리여리한 체격에 실습생이라는 약자 입장인걸 보고 반말 하는 사람들이 있어 기분 나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다. 출근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안녕~’이라고 답한다던가, ’식사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하면 ’ 갔다 와~’라고 하는 상황들 말이다. 그동안 살아온 경험에 비춰보면 초면에 반말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보다 나이가 어릴 것이라 혼자 판단하고 나온 행동이기 때문에 내 의지로 그들 말을 제어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건 포기하고 사는 상태다. 다른 곳에 간다 해도 이런 일이 안 생길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 중 실습생 대할 일 있는 분들이 있다면 초면에 반말은 삼가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고, 또 브런치 스토리에는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 믿는다.


이런거만 빼면 좋은 시설을 갖춘 곳에서, 실습하고 싶은 부서에 배정받아 도와주시는 주변 분들과 함께 한다는 건 꽤나 괜찮은 일이다.


바이탈 측정할 때 자동혈압계 커프를 감고 혈압계를 작동시킨 다음 측정이 완료되면 오른손으로 결과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왼손으로 체온계를 켜서 곧바로 체온 잴 수 있는 준비를 해놓는 요령도 생겼다.


체온계는 세팅되는데 몇 초가 소요되기 때문에 켜놓고 기다렸다 재는 것보다 미리 켜놓는 게 나아서 그렇게 했다. 그렇다고 또 너무 미리 켜놓으면 일정 시간 후에 저절로 꺼지기 때문에 타이밍 적절하게 켜야 한다.


혈압과 맥박 수는 당연히 외워서 적는다. 결과 화면에 수축기, 이완기, 맥박 세 가지 수치가 뜨는데 일일이 보면서 쓰면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몇 십 명씩 바이탈을 돌다 보면 이런 요령이 환자 한 명 당 시간을 단축시켜 결과적으로 수 분~수십 분까지 일처리 속도를 향상할 수 있다.


퇴근 시간 넘기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다가 터득한 요령인데 이걸로 병동에서 바이탈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다. 일을 더 시키려고 부추기기 위해 한 말이었을 거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칭찬받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동기부여가 된 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었다.

이전 05화이제야 써보는 실습 첫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