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말해요.

by 실버반지

부당한데 참는 것

싫은 소리 듣고도 웃어넘기는 것

비위 맞추는 것


직장인들이 월급 받고 다니면서도 못해 먹겠는 것 꼽으라면 위에 세 가지일 테다.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이 싫어서 퇴사하는 직장인은 거의 없다. 얘기 들어보면 자기 일은 다 좋다고 한다. 일하면서 자부심도 느끼고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회사 생활을 지치고 힘들게 만드는 건 일이 아니다. 다들 저게 하기 싫은 거지.


돈을 받고 다니면서도 하기 싫은데 하물며 실습생이 저걸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웬만큼 성격 좋은 사람 아니고는 견디기 힘들다.


실습은 근로가 아니라고 배웠지만 실제 필드에서는 꽤나 많은 양의 일을 하게 된다. 배정되는 직무에 따라 수월하게 실습 생활을 하기도 하고 힘들게 기간을 채워가기도 한다. 대체로 질환이 중하거나 급성기 환자들을 돌볼수록 육체적으로 힘이 들고, 어느 정도 만성기에 접어들어 스테디 한 상태가 유지되거나 병원에 오는 이유가 경미할수록 힘든 일은 줄어들고 서비스가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지금까지 본 바로는 그래 보인다.


그래서 어떤 직무에 실습생으로 파견되는지에 따라 여유가 있는 곳에 가게 되어 하나씩 배워가며 실습 과정을 밟아가는 경우가 있고, 도무지 배울 틈이라곤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근로에 가까운 노동을 제공하는 경우도 생긴다.


나는 지금 처음에 갔던 곳과는 다른 장소에 와있다.


우리 실습생들은 각자 병원에 나가면 서로 뭐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서로 네트워킹 하고 있어 연진이가 A병원에 가서 하는 일이 힘든지 아닌지 다 알고 있다. 혜정이가 B병원에 갔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우리도 다 알게 된다. 누가 힘들고 안 힘든지 어느 병원 무슨 부서 사람들이 잘 가르쳐 주는지 물밑으로 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긴 상의 끝에 지금 있는 곳에 오게 되었는데 와서 보니 다들 참 잘해주신다. 힘들거나 이상한 게 있으면 말하라고 했는데 말하기를 백 번 천 번 잘했다. 혼자서 참고 있었으면 끙끙 앓기만 했을 거다.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편안하면 견딜 수 있다.

사람으로 얽히고 얽혀 있는 세상에 일보다 힘든 게 사람이다. 이 글 초반부에 쓴 세 가지 중 하나를 견딜 것이냐 말 것이냐 기로에 있었고 나는 그걸 과감하게 상의했다. 여기서 과감하다는 건 들이받았다는 게 아니다. 차분히 상황 설명을 했고 정중하게 내 뜻을 밝혔다. 그래서 해결이 될 수 있었다.


한결 마음 편안하게 실습 생활을 하고 있다. 실습생이지만 필연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도 극악한 육체 피로에서 많이 벗어났다.


여러 명이 같이 고민해 주면 답이 나오니 실습 생활이 힘들면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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