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중 가장 아팠던 기억

[시간 순번 2] 나팔관 조영술

by 실버반지

타인이 보는 내 모습은 상당히 차분하다. 학창 시절에도 면접을 볼 때도 직장에서도 항상 듣는 말이다. 매우 정적인 사람을 바라보는 이미지는 대체로 ‘흥분하지 않을 것 같다’, ‘조용하다’ 등이다. 보통 때 내 모습도 그렇다.


오은영 선생님이 말했다. 사춘기 아이들이 욕을 하는 건 그들 문화에 욕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꼭 아이가 나빠서 욕을 하는 게 아니니 어른이 이해해 주라고 한다. 아이 입장에서 그냥 한 말인데도 어른이 무척 화를 낼까 봐 주의를 당부해 준 것 같다.


난임 병원 처음 방문한 날 의사와 간단한 대화(아는 게 거의 없었기에 할 말도 별로 없었다)를 나누고 지시해 준 대로 방사선실로 향했다. 오늘 할 수 있는 검사는 ‘나팔관 조영술’이라고 한다. 간단한 웹서핑도 해본 게 없다. 방사선실 간호사가 쥐어주는 안내문 한 장이 검사 관련 지식 전부다. ‘조영제가 들어가는 1~2분 간 생리통 심할 때처럼 통증이 있습니다.’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급격히 두려움이 밀려온다. 아픈 거 제일 싫다.

간호사에게 많이 아프냐고 몇 번을 물었다. “사람마다 달라요.” 웃으며 하는 말이 정해진 답변인가 싶다. 영상의학과 의사가 오기를 기다리는 얼마 동안 꼭 해야 하는가 생각했다.


검사가 시작되자 차분, 조용, 정적, 흥분하지 않는 이라는 모습은 떠올릴 수 없다. 이건 내가 받아본 치료 중 가장 아프다. 심한 생리통증도 이보다 덜 아프다. 저절로 소리가 나왔다. ”아.. 아.. 악…. 씨…“ 몇 번 지르다가 ‘씨’ 자 뒤에 한 글자 더 붙일 뻔할 정도까지 갔다. 어느새 촬영은 끝나 있었다.

몹시 괴로워하며 소리 지르는 동안 영상촬영 관계자들 모습은 흡사 욕하는 사춘기 아이에게 대응하지 않고 무심히 답하는 어른 같았다. “다 됐어요.” “거의 다 됐어요.” “30초 정도면 끝나실 거예요” “조영제 들어가는 동안만 아프실 거예요”


이곳에 아파서 온 게 아닌데 와서 환자가 된 듯 한 기분이다. 난생처음 느껴본 통증에 정신이 너덜너덜해져 진료실로 갔다. 검사했으니 결과를 들어야지.

나팔관 조영술은 좌우 나팔관이 잘 뚫려 있는지 보는 검사라고 한다. 결과는 왼쪽, 오른쪽 모두 이상 없다. 다만 자궁 내막에 작은 용종이 보인다고 한다.

사실 결과 들으러 진료실 막 들어가자마자 담당 의사가 한 말은 “많이 아프셨어요?”였다. 소리소리 지르며 통증 호소하던 내 모습을 진료실에도 전한 것인가. 안내문에 쓰여있을 정도로 통증이 수반되는 검사니 인사치레로 물어봤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아팠냐는 말에 뜨끔한 것 보니 욕 일보직전까지 간 몇 분 전 내 모습이 부끄럽긴 한가보다.


사춘기 아이는 때때로 욕도 하고 반항도 하며 어른이 되어 간다. 난임 치료 사춘기 같았던 나팔관 조영술을 거친 후 나는 이 치료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시술을 앞두고는 꼭 정보 탐색을 해봐야지. 훗날 이제 그만 좀 찾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겠다고 나 스스로도 그리고 주치의도 말릴 때까지 정말 열심히 찾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진료비와 각종 검사비용 10만 원 조금 안 되는 금액을 결제하고 첫 난임 병원 방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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