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1)
합계출산율 0.7이라는 숫자 뒤에 대기 환자가 바글바글하고 사람이 몰려 미어터지는 난임 병원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고령화와 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국가 붕괴 위기를 논하는 시점에 난임 휴가 쓰기가 눈치 보여 발만 동동구르는 여성 직장인들이 있다.
초중고 학령 인구가 줄어 폐교를 결정해야 하는 지역에 아이가 생기지 않아 눈물로 지새는 부부들이 있다.
이 땅에는 수많은 명암이 교차한다. 사기치는 놈들 이면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원봉사자. 키우던 개를 산이며 들에 슬며시 가져다 놓고 떠나는 못된 주인들 이면에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기관 단체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인구 감소 국가 안에 아이를 낳기 위해 바글거리는 난임 병원.
아무리 출산율이 감소했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대도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고 있는 아픔은 고스란히 개인이 떠 안았다.
주변에 난임으로 고통받는 동지들 말을 들어보면 중고등학교 때는 대학 - 대학 가면 취업 - 취업하면 거기서 자리 잡기 - 자리잡으면 결혼 - 결혼하면 출산 이 루트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야말로 이 과정을 쟁취하기 위해서 고군분투 했다. 허나 이 과정에 너무 큰 맹점이 있었다. 결혼이 순서 중에 너무 뒤에 자리하고 있었다. 앞에걸 다 하고 나서 결혼하려니 늦을 수밖에.
난임이 되지 않으려면 빨리 결혼하고 빨리 출산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건강하고 엄마도 튼튼하다. ‘나이’ 얘기를 하면 꼰대같아 보이는데 어쩔 수 없다. 임신은 몸으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젊어야 쉽다.
공부도 나중에 할 수 있고 (물론 이것도 쉬운 건 아니다), 일도 나중에 할 수 있는데 몸이 늙어가는 건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저 순서를 뒤집어서 대학가고 결혼 - 결혼하고 취업 - 취업하고 자리잡기 이러면 되는 일이다. 대학이 결혼보다 앞서는 이유는 대학교에 가면 이성을 만날 기회가 중고등학교 때보다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되겠는가.
순서대로만 하면 문제가 있다. 공부만 열심히 파다가 취업만 죽어라 준비하다가 일만 개미처럼 하던 사람이 갑자기 연애 하는 방법이 불현듯 떠오를리가 없다. 인간대 인간이 상대하는 일은 남녀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알아야 승산이 있다. 그래야 배우자도 빨리 만나고 빨리 결혼할 수 있다. 공부, 취업, 일 밖에 모르는 사람 앞에 아무리 멋들어진 이성을 갖다 놓아도 잡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어려서부터 주변에 동성과 이성을 보는 눈, 사람에 관심 갖고 이성을 알아가려고 하는 노력을 같이 하면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해야 저 루트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이성 교제’와는 다른 얘기다. 중고등학교 나이인 남녀 학생이 백허그를 하고 포옹하고 입맞춤을 하면 그 뒤에 이어지는 과정을 제어하기 어렵다. 그건 성인 남녀도 잘 안된다. 그러다가 애가 생기면 키우기 무척 어려운 환경에 아이가 놓여질 수 밖에 없다.
우리 어른들이 잘 관심을 갖고 진심어린 대화를 많이 해서 이성교제가 아니어도 이성에 대해 알아가는 길을 만들어주고 눈을 틔워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