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올린 글이 지난 어린이날이었다. 그 간 브런치에서는 자동 메시지인지 AI인지가 내 브런치에 업로드되는 글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글 쓰라는 안내를 꾸준히 해왔다. 나한테 메시지 주는 사람이 흔치 않은데 그런 메시지라도 받으니 반가웠다면, 극도의 E형 부류 사람들은 이런 심리가 이해가 갈까?
핑계는 아니고 상황이 여유롭지 않아 글 쓰기가 힘들었다. 5월부터 4개월 간 취득한 자격증 두 개가 되었으니 공부하느라 바빴다고 말하면 이해해 주시려나요? 누가 노느니 자격증이라도 따라는 말 한 사람은 없다만, 아무래도 나 자신이 무가치한 인간으로 느껴져 뭐라도 시작해 봤는데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달성은 했다. 각각 두 달씩 준비해서 7월에 하나, 9월에 하나씩 땄고, 그중 하나가 오늘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서 도전한 두 자격증 모두 취득했다.
그럼 무슨 자격증인고 하니, 7월에 딴 건 요양보호사다. 보건직이라고 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국가에서 발급한다. 근데 이 자격증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요양보호사님들 하는 일을 하찮은 수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있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타박해야 한다. 시험 범위도 만만치 않은 분량이고, 자격 취득을 위해서 실습도 일정 시간 충족해야 한다. 또 그분들이 없다면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은 돌아갈 수가 없다. 물론 장기요양보험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직업이지만 만들어진 일이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요양보호사님이 하시는 일은 정말 값진 일이다. 그분들은 아줌마가 아니라 '요양보호사님'이라고 불러져야 마땅하다. 개인 의견이 아니라 당연한 말이다.
9월에 딴 건 조금 생소할 수 있는 금융 분야 자격증이다. 그중에서 난이도가 가장 낮기로 알려진 증권투자권유대행인을 땄다. 돈에 대해 공부하고 싶기도 했고, 경제라고는 쥐뿔 아는 게 없다 보니 특정 분야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깊숙이 자리 잡아 있었다. 그것을 타파하고 싶었다. 막무가내로 공부할 수는 없고 자격증 대비 시험공부를 하면 좀 더 체계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 시험을 치러서 합격을 하면 자격증도 생기고. 그래서 도전했다. 우와 너무 어려웠다. 비전공자에게 낯선 분야다. 그래도 꾸역꾸역 공부했더니 어린고 예쁜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시험을 볼 수 있는 기똥찬 기회를 잡았고 그 안에서 합격선을 너머 합격증까지 받았다. 이 자격증은 한국금융투자협회라는 곳에서 발급하는데 보건직과 같은 국가자격증이 아님에도 이 자격증이 있어야 투자권유대행인이라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다. 음... 시험공부를 하며 그렇게 배웠다. 아마도 보건직은 사람이라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 국가에서 관할하고, 금융 쪽은 돈과 관련된 일이라 민간에 맡긴 것인가? 짧은 소견으로 그렇게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두 분야는 완전히 상반된 학문인 데다 서로 관련성이 없어 상호보완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왜 딴 것인가. 자기만족을 위해서 땄다. 솔직히 4개월 동안 한 일이라곤 요양보호사, 증권투자권유대행인, 시험관 9차 10차였는데, 시험관 빼고 다 됐다. 아 나 정말... 다른 건 다 됐는데 시험관만 안 됐다니. 그래도 아직 머리는 살아 있어서 공부는 되나 보다. 흠.. 머리라도 살아 있으니 다행...
오늘 몇 시간 전에 증권투자권유대행인 합격자 발표와 임신 수치 검사 결과를 연이어 통보해 왔는데, 나름대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3가지로 분류해놓고 있었다. 둘 다 됐을 때 100, 둘 중 하나만 됐을 때 50, 둘 다 안 됐을 때 0. 투자권유대행인 합격 발표가 먼저 있었기에 다행이지 낙담스러운 시험관 결과 통보가 먼저 있었더라면 매우 의기소침해졌을 것이다. 하나가 된 상태로 다른 하나를 기다리는 상황이 백번 낫다. 투자권유대행인 시험 점수를 확인했을 때 그래서 뛸 뜻이 기뻤으면 작게 '악~'하고 소리도 질렀다.
그렇게 정신없이 4개월이 지났다. 선선한 가을이 될 줄 착각했던 9월이 되었다. 여전히 걷다 보면 땀을 주룩주룩 흘리는 8월 날씨 못지않은 여름이다. 달력만 막바지로 접어들었을 뿐 계절은 아직 두 단계 밖에 오지 않았다. 이러다 다 찜이라도 쪄먹을 기세다. 그리고 내 시험관은 작년과 같은 상태다. 뭐라도 달라져주지. 흥칫뿡.
그럼 4개월 만에 펜대를 잡았으니 내 자랑 하나 더 하면서 마무리해야겠다.
요양보호사 시험 두 달 준비했다고 했다. 내가 받은 점수가 몇 점인 줄 아는가?
100점 만점에 98점~!
기가 막힌 점수를 얻었다. 애초에 만점을 목표로 했기에 아쉬운 성적이다. 다 맞을 줄 알았는데 후반부 3문항이 알쏭달쏭하더니 그중 두 개를 틀렸나 보다. 필기는 다 맞고 실기에서만 -2개.
합격만 한 것이 아니라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합격증에 점수 안 나온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만족을 위한 우수한 합격 점수.
그간 4개월 저 알차게 보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