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작
어? 이 노래?
TV 켜면 채널을 한 곳에 고정시키질 못하고 끊임없이 돌려야 되는 사람이 나다.
요즘 리모컨에 달린 채널 위아래 버튼이 없었으면 어찌 살았을꼬.
신기술 발달에 힘입어 숫자판을 누르지 않아도 채널이 바뀐다.
상향 하향 버튼만 눌러주면 편하게 다른 방송을 돌려볼 수 있다니, 과학기술의 발전 감사합니다!
어제 병원 갔다 와서 잠깐 TV를 켜고 미친 듯이 채널을 바꾸던 중 음악 방송에서 딱 멈췄다.
'또 다른 시작'
노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저 노래를 부른다고? 진짜?
어디 들어나보자.
가수 서지원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가 중 3 때였다.
두세 살 많은 나이 연예인이 자살을 했다고?
오렌지족이네, 인기를 얻더니 아쉬울 게 없나 보네 등등
고인을 향한 온갖 억측이 가득했다.
소녀 감수성 10대 여학생 팬들이 눈물을 흘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을 향한 별의별 이야기를 다 창조해 냈다.
얼마나 큰 외로움 속에 생을 마감했을지 고독감은 짐작 조차 되지 않는다.
그 노래를 부른다.
21세기가 시작되고 25년이 지났고
고인이 사망한 지 30년째 되어서야.
한류를 이끌어가는 대한민국 아이돌 그룹 멤버가
검은 넥타이 정장을 차려입고 무대에 섰다.
현란하게 채널을 돌리던 손가락이 그대로 멈췄다.
노래를 부른 이는 그룹 유키스 멤버 신수현이라는 가수라고 한다.
어제 방송으로 한 번 보고 나서
오늘 유튜브에서 찾아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
후렴구에서 팔을 허공에 휘저으며 듣고
'안녕~안녕~ 인사 뒤로 널 떠나갈 때를~'
골반을 튕기며 듣기도 하고,
4분의 4박자 스텝을 밟으며 듣기도 하고,
30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가사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서 따라 불렀다.
밀레니엄 감성 폭발한다.
안 그래도 요즘 20대 시절이 떠올라 '과거 속에 삽니다' 브런치북을 연재하고 있는데,
노래까지 그 시절 노래를 들으니,
혼자 90년대에 가 있는 거 같다.
타임머신을 타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오버랩되던 그 시절에 와있는 느낌이다.
덕분에 서지원 원곡도 찾아서 들었다.
유키스 신수현이라는 보컬은 노래를 참 잘한다.
'어디 들어나 보자'로 시작했던 플레이가
무한 반복 재생으로 내 귀를 강타하는 중이다.
좋은 건 널리 퍼뜨려야지.
고인이 되신 분 노래인 줄 알고 예를 다해 무대 만들어 주신 것 느껴졌습니다.
다시 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여행 시켜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
노래 불러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