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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란한 May 09. 2024

해외에서도 산은 늘 옳아 (feat. 대만)

타이베이101 뷰의 샹산전망대

몇 해 전 친구와 대만여행을 가게 되었다. 대만 수도의 유명한 타이베이101 타워를 보는 것은 일정에서 빠트릴 수 없었다. 타이베이101 타워에 올라가 관람료를 내고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도시뷰도 좋겠지만, 나는 타워 자체의 타이베이101 뷰를 보고 싶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보니 타이베이 타워 맞은편 작은 산을 조금만 오르면 멋진 타워뷰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와 상의 후 타이베이 타워 관람 대신 샹산전망대를 택했고 그렇게 여행일정에 작은 등산을 넣게 되었다.


해외에서의 첫 산행이었다. 동네 뒷산을 가볍게 오르는 느낌이라 하여 따로 등산화는 챙기지 않았다. 늦은 오후에 올라가서 보는 초저녁의 해 질 녘 경관과 야경이 아름답다 하기에 우리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빡빡한 일정을 빠르게 소화했다. 하지만 여행이 늘 그렇듯 계획한 일정대로 되지 않는 법. 최소 오후 3-4시에는 출발해야 했는데 예정시간보다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날은 어둑해지는데 갈림길마다 이 길이 맞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초조했다. 올라가는 중간중간 현지인에게 손짓, 발짓 다 써서 길을 물어가며 올라가느라 시간이 2배는 걸린 것 같다. 초행길이고 더더군다나 말도 안 통하는 해외였으니.


해가 저물어 가는 노을을 전망대에서 보고 싶었지만 올라가는 중간에 그만 해가 져버렸다. 그 흔한 가로등도 없어 무섭기까지 했다. 또 우리가 올라가는 길은 사람이 많지 않은 길이었고 그 당시 블로그에는 그 길에 대한 간략한 설명뿐,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지금은 포스팅이 꽤나 많고 가는 경로도 많은 듯하다.) 올라가는 내내 잘 도착할 수는 있을지, 점점 더 어두워지는데 길을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과 염려로 가득했다. 띄엄띄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안도할 뿐이었다.


숨이 가빠지고 힘이 들기 시작했다. 구글맵으로 길 경로를 보며 힘겹게 올라가고 있던 그때, 마침내 가로등 불빛이 환하게 드러나고 사람들이 북적북적였다. 사람의 인적이 드문 길을 지나와 이제 타워뷰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코앞인 모양이었다. 친구와 나는 더욱 힘을 냈고 드디어 타이베이 타워 뷰가 보이는 전망대인 언덕배기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여 띄엄띄엄 앉아있었고, 동네뒷산을 운동삼아 온 현지인들이 많았다. 아니 우리 같은 한국인 관강객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멋진 경치에 흠뻑 젖어 우리는 각자 경치를 즐기며 한참을 바라보다 넋을 잃었다. 제일 우뚝 솟은 푸른 빛의 타이베이101 타워와 그 주변으로 쫙 퍼진 도시의 야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준 뒤 우리는 예정했던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머물러 있다가 하산했다.지금도 대만여행을 생각하면 타이베이뷰를 보기 위해 올랐던 샹산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해외에서도 그 나라 산의 정기를 느끼고 또 아름다운 경치까지 본다면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을까 싶다.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대단한 경치가 아니라도 멋진 뷰가 있는 작은 산행을 일정에 넣어보는 건 어떨까. 나는 완전 추천한다. (물론 혼자 가기엔 위험하니 둘 이상 갈 것, 사람이 많이 다니는 외지지 않은 길로만 다닐 것!)


샹산전망대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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