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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Jul 24. 2016

Prologue.

그리고 나는 제주도로 떠났다.





그리고 나는 제주도로 떠났다.


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나는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2월의 겨울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위한 새싹들처럼 그 누군가의 시작을 준비하게 한다. 그 누군가는 모든 사람들이 되겠지만 특히나 나에게 지금의 2월은, 특히나 그렇다. 20살의 나는 23살의 내가 되기까지 자신을 위한 휴식 없이 살아갔다. 제대로 한 연애도 없이 그저 학교, 아르바이트, 학교, 집.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그 '스펙'이라는 건 그저 4.0도 넘지 않는 아주 평범한 성적뿐이었다. 그런데도 지쳤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평범함에 지쳐있었던 것일지도.

휴학은 당시에 엄마와 상의도 없이 내가 내린 칼 같은 선택이었다. 엄마는 지금껏 누구보다도 평범하게 살아오던 딸내미가 어느 날 글을 쓰고 싶다며 당신에게 학교엔 휴학계를 냈다는 '통보'를 하자 적잖이 당황하셨음에 틀림없다. 사실 엄마에게 말하기 전에 나는 지인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냈었다. 글을 쓰고 싶다고. 지인도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당황이라기보단 ‘얘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그리고 얼굴엔 당연한 ‘어이없음’이 비쳤다. 어쨌든 나는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지인들에게 미리 말 한 이후 엄마에게  통보한 그 날, 나는 덧붙였다.

 그리고 제주도에 갈 거야.

그 말엔 언제? 왜 하필? 과 같은 물음이 따라왔다.

 조만간, 그냥.

나는 엄마의 왜 하필?이라는 물음에 그냥, 이라 했다. 그냥. 그 말엔 다양한 의미가 함축되어있다. 사실 나는 외국에 혼자 나갈 수 있을 만큼의 용기는 없다. 용기가 없다는 말은 외국어를 잘 못하기 때문이라는 변명과 동시에 사실이다.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이며 한국인들의 교육을 받아왔기에 적어도 15년은 배웠을 영어도 외국인 앞에서는 우물쭈물 벙어리가 되어버린다. 일본어나 중국어는 수박 겉 핥기식의 수업을 들었고 독학으로 공부를 했으나 1년도 채 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 언어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안녕하세요.’‘안녕히 가세요. ’, ‘다음에 만나요. ’를 포함한 기본적인 자기소개뿐이다. 외국어가 문제라면 한국의 어디가 되었든 괜찮을 텐데 그래도 왜, 하필, 제주도냐?


그냥, 그곳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에겐 새로운 세상처럼 느껴질 테니까.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만한 곳이라 느껴지기 때문에 제주도를 선택한 것이다.  


엄마는 내가 출발하기 일주일 전부터 걱정을 하셨다. 그 말은 제주행 비행기를 탄다는 것을 일주일 전에 말씀드렸다는 말이다. 제주도를 가겠다고 맘먹고 준비했던 건 한 달이 조금 더 됐는데 엄마는 그걸 왜 이제야 이야기하냐며 어이없어하셨지만 이렇게 미리 걱정하실게 뻔했기에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던 것이라 말씀드렸다. 그건 내 나름의, 이기적인 배려였다. 당일 공항에 도착해서야 엄마는 내게 언제쯤 돌아올 거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말했다. 언제 가는 돌아오겠지,라고.

그리고 나는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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