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서 나는
'그 곳에서 나는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가지고 나는 출국 준비를 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 점차 실현 되고 있는 사실이 놀랍고도 신기하다. 나 자신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엄마는 요즘 내게 무섭지 않냐는 말을 자주 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전혀 두렵지 않다, 무섭지 않다고 말했지만 사실 점점 출국 날이 다가올 수록 설레고 흥분되면서도 두려움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긴 하다. 앞으로 나에게는 어떤 일이 생겨날까. 해외를 처음 나간 것은 2016년이었다. 중국과 홍콩에 약 일주일 다녀온 것이 전부인 나의 짧은 해외 경험으로 아시아가 아닌 중남미, 그것도 최빈국인 볼리비아라는 나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은 나에게 있어 아주 큰 기회이자 인생의 전환점이자 큰 도전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났고 불완전한 나의 작은 세계에서 살아내다보니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전부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었다. 사춘기 시절의 나는 만약 이 작은 세계가 전부라면 너무 절망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한없이 우울했었다. 그러다 한비야의 책을 읽게 되었고 내가 알던 것들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되었다. 세상은 넓고 이 작은 나라 밖엔 나보다도 더 불완전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어쩌면 그 때부터 나는 정말 다양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는 꿈이 많은 아이였다. 한비야의 책을 읽고나서부터는 국제긴급구호요원이 되고 싶었고 명성황후 뮤지컬을 본 이후에는 공연연출가가 꿈이었다. 어쩌면 비현실적인 꿈이었기에 가족들에게 나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그저 웃어넘기는 상황들만 연출되었었다. 그런 상황들이 계속되자 꿈을 꾸고 있었던 나 조차도 나 자신에게 확신이 없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구름같은 생각만 가지고 있었던 10대, 그리고 20대 초반의 나.
대학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되어버린 나는 마냥 회색빛 도시에 사는 회사원이 되어야하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었고 순리대로 그렇게 살아가야하는 현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10대 때, 그리고 20대 초반까지는 진짜 나를 찾아보기위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선택하고 끊임없이 나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구름같은 꿈을 꾸고있었던 나 마저도 사라지고 그저 '돈'을 좇아가는 현실적인 부분에 발목이 잡혀 있는, 어두운 현실에 순응하고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졸업은 소속감이 없다는 것으로 나를 힘들게 했고 앞으로의 나의 미래에 대한 어른들의 질문공세는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별 다른 생각 없이, 그저 집-도서관-집-도서관 이라는 생활패턴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자 대구국제개발협력센터에서 주최한 국제개발협력 ODA교육을 신청하게 되었다. 뚜렷한 목표도 없지만 할 일은 많고 끝이 보이지 않는 그런 하루에 양념이 된 그 교육은 나의 10대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나는 참 꿈이 많았는데... 언제부터 돈을 많이 벌고싶어 했던 걸까. 나는 그저 내 인생의 목표가 애초부터 '돈과 성공'이었던 것 처럼 행동하고 있던 내 현재의 모습이 자꾸만 부끄러워졌다. 10대의 나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당시에 들었던 교육은 누군가 나에게 던져준 선택지 같았다. 내가 만약 그 교육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끝도 보이지 않는 막연한 길 위에서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교육의 cherry on top은 누군가가 언급한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문구였다. 여태껏 나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살아왔고 선택해왔는데 정작 내 인생의 큰 주류는 가족들과 어른들의 욕망을 위해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마치 뒤통수를 엄청 세게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물론 남들의 욕망을 따라서 공부해왔을 때 절대적으로 후회하진 않았지만 이제는 정말 오로지 나의 인생의 행복을 위해서 나 자신의 선택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것이다.
인생은 끊임 없는 선택의 연속. 나는 그 교육을 내 남은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자부한다. 그래서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또 한 번했고 그것은 10대 때 꿨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나는 앞으로 2년 간 볼리비아에서 누군가를 위한 일을 하면서 그들과 함께 나 또한 더 큰 성장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