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한참을 웃던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잦아들 즈음, 창문인줄만 알았던 내 맞은편에 있던 벽이 활짝 열렸다.
“뭐가 이렇게 재밌어?”
얼굴 선이 또렷한 젊은 남자가 문을 조용히 닫으며 들어왔고, 그 순간 웃음소리는 사그러들었다.
“재준이 여기 처음 왔을 때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아, 생쥐?”
“아, 형님, 정말!”
그를 처음 마주한 단 몇 초의 첫인상은 차가웠지만 인상과 상반되는 차분하고 매력적인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안녕하세요.”
그가 차분하고 매너 있게 내게 인사를 건네자 은하씨는 어이없다는 듯이 속으로 웃었다.
“아, 사장님 이미지 관리 한다, 또.”
“내가 뭘?”
그는 은하씨의 타박에 능청스레 어깨를 들썩이더니 부엌으로 걸어가 포트에 물을 올렸다.
“목소리를 조금만 낮춰야겠어. 까탈손님이 또 뭐라고 하실거 같아.”
달칵, 하며 포트의 스위치가 올라가고 이윽고 컵에 물이 담기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렸다.
“재준이는 잘 다녀왔어?”
“네, 우도는 갈 때마다 좋네요.”
사장님은 물이 든 컵을 들고 다시 세 사람의 옆을 지나며 내게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문 밖으로 나가며
“다음엔 배 시간 늦지 말고.”
이 말을 남기곤 밖으로 나갔다. 그의 마지막 말에 재준씨와 은하씨는 깜짝놀라 입을 떡벌리고 그 상태로 눈만 깜빡였다.
"거봐, 알고 계신다니깐."
“소름돋았어, 나.”
그리곤 서로를 보며 웃었다. 재준씨는 두 팔을 감싸며 연신 자신의 몸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사장님이 나간 벽 문으로 한 여성이 벽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작은 체구였지만 건강해보였다. 짧은 단발이 잘 어울리는 그녀는 문을 조용히 닫고 세 사람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왔다. 그 걸음걸이로 그녀의 기분이 꽤 들떠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안쪽 의자로 이동했고 그녀는 내가 앉았던 자리에 '실례합니다', 이 말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앉아 있던 세 사람은 그녀에게 인사했고, 그녀는 목례로 답했다.
"벽인 줄 알았는데 좀 놀랐어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키며 밝게 말했다. 재준씨는 자기도 처음엔 그랬다며 은하씨를 보곤 그녀의 공감을 구하려했다. 은하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