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때문에 지금 이 글을 보고있는 당신은 내가 쓴 글을 공감할 준비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얘 지금 뭐라는거야, 하면서 과연 어떤 글을 썼길래 제목이 이딴식이냐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읽고 있을것이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타국에서 9개월 가까이 살아오면서 한국인이라는 내 정체성과 내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에 대해 쪽팔린다거나 싫은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살아오면서 나는 한국인이라고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동료들에게로부터 혹은 학생의 부모에게로부터 혹은 거리에서 마주치는 낯선 외국 사람들에게로부터 '중국인 여자' 혹은 '올라, 치나'라는 말을 단 하루라도 '안' 들어본적이 없었다. 그래, 어쩌면 이것은 대한민국에서도 이루어지는 어떠한 일반화라고 볼 수도 있겠다. 대부분 우리가 서양인들 대다수를 '미국'에서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 곳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은 동양인들만 지나가면 '중국인'이라고 칭한다.
"중국인?"
이러한 질문에 아니라는 대답을하면 그 다음으로 물어보는 것은 일본인, 그 다음이 한국인이냐는 것이다. 혹은 '일본인이 아니라면 어디서 왔는데?'라고 묻거나.
내가 한국에서 왔냐는 질문에 그렇다, 혹은 한국에서 왔다, 라는 대답을 하면 그들은 '북한에서 왔니, 남한에서 왔니?'라고 되묻고 그러면 나는 '남한에서 왔다.'라는 대답을 한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꼭 북한에 대해서 물어보곤 하는데 이럴 때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남북한 통일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한 달 전만하더라도 북한에 대해서 남한에 살고 있는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말을 종종 듣다보면 한 사람만 나쁘지 다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라는 대답을 하게되더랬다. 즉, 이것은 외국인들과 이야기할 때의 어떠한, 마치 일종의 패턴이다. 내가 만난 현지인들이나 외국인들의 평균 대화 패턴은 다음과 같다.
"중국인? 일본인?" 아니, 한국인. "아, 북한? 남한?" 남한. "아,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미국이랑 북한이 요즘 난리잖아." 나는 그들 모두를 나쁘게 생각하진 않아. "아, 그럼 스시 좋아해? 스시는 일본 음식이야. "아, 그럼 개를 먹니?" 나는 안 먹어. "아, 그럼 게이샤는?" 게이샤도 일본 문화야. "아, 그럼 가라테는?"
대부분이 이렇게 흘러간다. 내가 아무리 각 나라엔 고유의 언어가 있고 문화가 있다고해도, 그들은 그렇게 내가 말을 한 직후에도 게이샤와 기모노와 스시, 중국음식에 대해서만 물어보며 나는 모르는 일본과 중국의 문화를 끊임없이 나에게 물어보곤 한다. 그럴때면 나는 이 사람들에게 도대체 내가 얼마나 어떻게, 어디까지 대답을 해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곤니찌와, 곤방와, 니하오 같은 인사를 길 위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로부터 듣는 것은 예전에 우리가 백인들에게 무조껀 미국에서 왔어?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느낌일까.
어느 날은 일이 끝나고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차에서 나를 향해 아무 이유없이 그의 중지손가락을 날린적도 있었고 또 어느 날엔 누군가 내 옆을 지나가면서 "아, 중국인 겁나 많네."라는 말을 한다던가, 항상 많은 관광객이 있는 센트로 광장을 지나갈 때 한 공연팀의 삐에로가 대놓고 나와 친구를 따라오면서 중국 음악을 흉내내는 등 그런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행동을 하곤 했다.
길에선 그렇게 당하곤해도 최근 들어서는 동료나 적어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한국, 중국, 일본이 모두 다른 나라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만 그래도 그들은 동양인은 중국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삼성, 엘지, 현대 등 대기업은 알지만 이 기업이 한국기업이라는 것은 여전히 모르는, 본인들이 쓰는 휴대폰이 어느 나라 제품인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 그들에게 나는 그들의 질문에 도대체 무슨 대답을, 무슨 말을 얼마나 더 해줘야 할지, 사실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지난 주엔 옆집 할머니와 티타임을 가지다가 다른 나라에서 동양인으로 살기 참 힘들다는 말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욱해서 울기도 했었다. 인종차별뿐만이 아니라 문득 힘든 순간들이 계속되다보니 쌓였던 감정이 터졌나보다. 언젠가는 같은 지역에서 일을 하는 누군가와 밥을 먹으며 이 곳에서 겪었던 인종차별 경험을 서로 공유하면서 그는 나에게 '나는 그들을 존중하는데 그들은 나를 존중하지 않고 그렇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에는 불쑥불쑥 아니, 지들이 감히?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는 말도 했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안되는데도 자꾸만 욱한다고 했다. 왠지 그 마음을 알 것같더랬다. 나는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사람인데도 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나 행동, 말투같은 것 때문에 이제는 오히려 화가 나기보다도 슬프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한국에 살 때는 내가 '한국인부심'이 이렇게 있는 사람인지도 몰랐지만 내가 타국에서 그들이 말하는 '중국인'으로 살아오면서 직접 그런 일들을 겪고보니 한국에서 피부색 때문에 차별을 받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며 흑인들의 마음을 알것같더랬다. 외국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많다. 우리는 같은 유색인종으로서 피부색을 가지고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하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누군가 말하는 미러링이라던지 받은만큼 돌려준다는 식이 아닌 그들의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있어야 할 것이다. 모두가 똑같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자라서는 모든 동양인을 '중국인'화 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드는 요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