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내 이야기를 보고 있는 당신에게.

by 한서



안녕.

오랜만에 글을 써. 글을 쓰고 싶은데 정갈하게 글을 쓰고 싶진 않아서 당신한테 편지를 쓰고 있어. 횡설수설하게, 정말 앞뒤 안 맞게 써 내려가도 이해해주라. 그냥, 난 요즘, 한국인과 많이 만나지 않았어서 한국이 참 많이 그리워...


일을 마치면 나는 노트북을 들고 카페를 가기도 했어. 글을 쓰기보다는 이 곳에서 하는 일을 위해서 자료를 찾거나 자료를 만드는 일을 하기 위해서였지. 그리고 여행객인 척, 왠지 여유로운 척하면서 앉아있기도 했고. 그런데 요즘엔 그렇게 자주 가던 단골 카페도 잘 가지 않았고 그냥 집에서 한국 예능을 보거나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글쎄,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그냥 외로워서였던 거 같아.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 곳에서 내게 마음을 열어주는 사람은 그렇게 많진 않으니까. 노트북 화면에서 날 향해 웃어주는 연예인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더라고. 어느 예능 프로그램이 끝나면 나는 얼른 또 다른 프로그램을 찾아. 너무 공허하고 고요한 집 안의 기운이 그 잠시 잠깐의 그 시간 동안에도 느끼고 싶지 않아서. 그 시간 동안 외로움을 느끼고 싶지 않았어서. 공부를 할 때도 나는 음악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노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곤 해. 조용하면 공부에 집중이 더 잘되지 않더라. 고요하니까, 그 고요함이 나는 몸서리치게도 너무 싫으니까...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나 엄마와 연락을 할 때면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부단히 애쓰지만 그래도 가끔은 투정을 부리게 되는 내 모습이 보이는 거야. 그렇게 투정 부리고 전화를 끊으면 나는 또 자책을 하곤 해. 내가 원해서 혼자 있는 건데, 내가 원해서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건데, 누구도 내 등을 떠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난 왜 그들에게 투정을 하고 있는 거지 하면서 말이야. 이렇게 기분이 이상하고 자꾸만 쳐지는 탓에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커다란 초콜릿을 사서는 작업 책상 위, 내 손이 닿는 곳 어디든 놓아두고 있어. 우울한 탓에 이러다 정말 한국에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도 불쑥불쑥 들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그리는 미래를 다시 마음속에 머릿속에 수십 번씩 그려내면서 참아야 해, 버텨야 해 마음을 다지고 또 다지곤 해.

그런데 있잖아, 나는 이 사회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낼 수 있을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내가 찾으려 했던 진정한 행복은, 내가 생각하기론 진짜 내 삶을 찾는 것이었거든. 그런데 요즘엔 '진짜 내 삶'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단 말이야. 한국에 두고 온 내 삶을 등지고 새로운 무언가를 자꾸만 찾아내려고 발버둥 치는 거, 그게 과연 진짜 내 삶을 찾는 걸까? 그런 생각도 문득 드는 거야. 그런 내 모습을 자꾸만 부정하고 싶기도 하는 거야. 나는 한국에서 겪었던 그 무섭고 두렵고 우울한 내 삶을 등지고 싶은데, 자꾸만 그게 안 되는 내 모습이 너무 싫은 거야. 나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를 닮아가고 있는 게 싫은데도, 그런데도 자꾸만 엄마가 걱정이 되는 거야. 우리 가족은 모두 우울한 삶을 살아왔고 불행했지만 특히나 엄마는 끔찍한 삶이었잖아. 엄마를 이해하지만, 나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그런 엄마를 닮아가고 있는 게 싫은데도 그런데도 난 자꾸만 엄마의 삶이 걱정되는 거야, 그래서 나는 매일 엄마와 통화를 하는 거야. 내 삶도 두렵고, 엄마의 삶도 걱정이 되니까...

그럼, 나는 오로지 나 혼자서는 크지 못하는 걸까? 나는 엄마 말 잘 듣는 효녀라 내 삶을 오로지 나를 위해서, 이기적으로 나 혼자 살아내려고 했었으면서 그러나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걸까 싶은 거야. 게다가 내 삶 속에서 엄마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타나진 않는 걸까? 참 어려워, 삶이라는 건... 나는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앞으로 나는 이 두려움과 외로움을 견뎌낼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내 삶을 찾고 있는 중인 거야? 내 길을 찾아가는 중인 거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투정이야. 그냥 내가 생각나는데로 적어 본 내 투정이었어. 참 힘들어, 요즘엔. 그렇다구,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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