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노트북이 숫자 칠이 적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고치거나 바꾸러 가진 않았다.
숫자 칠을 누를 때마다 귀찮은 짜증이 몰려오겠지만 그래도 뭐, 괜찮다. 예전에 가지고 있던 노트북의 키보드는 오른쪽 부분 전체를 사용하지 못했었으니까. 뭐, 그래서 결국 블루투스 키보드를 마련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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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é típica
지난주 토요일에 왔던 카페에 다시 들렀다. 이번엔 커피와 당근케이크가 아니라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예쁜 카페는 음식도 '당연히' 맛있겠지?라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이번에 다시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Sandwich de chola'라는 샌드위치를 주문하려고 웨이트리스에게 말을 하고 나니 이것이 이 나라 전통 샌드위치라는 것을 그제야 퍼뜩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제기랄. 이 곳에 온 지 2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달의 계곡에 갔다가 현지 직원과 함께 길에서 먹은 샌드위치가 바로 이것이었는데 주문하려고 메뉴판에 적힌 이름을 소리 내서 읽고 보니 그것이었다. 그리 좋은 추억은 아니었기에 취소할까 생각하다가 그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채, 이 예쁜 카페는 음식도 맛있을 거야, 라는 그 거지 같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취소를 하지 않았다.
음식은 꽤 빨리 나왔다. 주문하자마자 5분에서 10분 정도 걸린 듯하다. 역시나 샌드위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비주얼이며 맛까지, 나른한 재즈풍의 BGM이 흘러나오는 이 예쁜 카페에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 카페가 볼리비아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겠다. 나는 어떻게든 끝까지 먹어보려 했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은, 아니 이렇게 고기 비린내가 많이 나는 음식은 차라리 먹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나름 비위가 좋은 나도 다 먹어선 안 되겠다는 판단이서 결국 반도 못 먹고 테이블 옆으로 치워버렸다.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하긴, 이 나라는 그 맛있다는 멕시코 음식도 맛없게 만드는 그런 요상하고 신기한 능력이 있으니까... 이래선 만족스럽게 배가 찰리가 없었던 나는 아침밥도 먹지 않은 채로 맛없는 샌드위치를 오늘 첫끼로 맛보게 한 내 혀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브라우니를 주문했다. 역시 카페에서는 커피와 브라우니가 항상 정답인 듯하다. 내 테이블로 온 카페 직원은 완벽히 다 먹지 않은 샌드위치를 가지고 갔다. 미안했지만 어쩔 수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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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던 자리.
신나게 브라우니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옆에 앉은 한 남자가 본인이 쓴 글을 읽고 또 읽고 있다. 그것도 소리 내서. 소설 작가인 듯 보인다. 예전에 나도 한참 글에 빠졌을 때, 나 또한 카페에서 저렇게 손짓, 몸짓을 하면서 중얼중얼 혼자서 쓴 소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다음 내용은 어떻게 쓸까, 그렇게 행복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예전에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난다. 아마 그 당시에 내 주변에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도 지금 저 사람을 보고있는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