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볼리비아 자취생

by 한서



한국에서 떠나 이 곳, 볼리비아에서의 삶도 이제 5개월하고 절반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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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1월 30일, 한국 날짜로는 1월 31일이다. 이제 기관 개학까지 6일이 남은 이 시점에, 나는 수업 자료를 만들기 시작해야하고 기관 사람들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해야하고 보고서를 써야하고 글도 써야하고 언어 공부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기에 틈틈히 불규칙동사를 외워가면서 그렇게 살아가고있다. 며칠 전에는 한국에서 온 명절 격려품도 도착해서 어제는 김에 밥을 싸먹고, 짜파게티에 캡사이신을 넣어 먹었고 오늘 아침엔 인스턴트 장조림에 인스턴트 멸치볶음 그리고 지금은 제육볶음 컵밥을 먹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타국에서 살아가면서 내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를 유심히 관찰해본 결과, 나는 맛있는 음식은 좋아라하지만 요리는 좋아하진 않고 배 곯지 않을 정도의 음식들로 삼시세끼를 먹고 아주 가끔 무언가 맛있는 음식을 해먹고 싶을 때는 요리를 하긴 하더라도 그 재료를 사러 가는 과정이 너무 귀찮아서 포기하곤하는, 그런 스타일이다. 어제는 엄마와 통화를 하다 밥은 잘 챙겨먹냐는 엄마의 말에 그냥, 배 곯고 살진 않아, 나는 내 삶에 음식은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진 않다는 말을 했더니 거기서는 살 찌진 않겠네, 라는 말을 하며 은근히 안도하는 것 같아 보였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땐 꽤 많이 먹곤 했었다. 전화만 하면 배달음식이 문 앞까지 오지, 일주일에 한 번은 차를 타고 대형마트에 가서 한꺼번에 식료품을 엄청나게 사가지고 왔으니까 요리를 하기에 재료가 부족하거나 하진 않았다. 반면에 이곳에선 장을 보러 가려면 커다란 여행가방을 등에 메고 버스를 타고 소포카치나 아추마니에 있는 시장까지 가서 야채나 과일을 사가지고 다시 돌아와야하고 근처 마트까지는 내려갔다가 다시 그 많은 짐을 등에 지고 양 손에 적어도 두 보따리는 들고 언덕을 걸어 올라오기까지가 그렇게 귀찮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장을 보는 것이 귀찮고 힘들어서 요리를 안해먹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다, 나는 요즘 요리를 잘 해먹지 않는다. 다만 배만 곯지 않으면 되는 정도의 딱 그 정도의 삶을 살고있다.


2.

그러고보니 이 글이 이 매거진의 40번째 글(중간중간 숫자가 적혀있지 않은 글들을 제외하곤)이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하루에세이 매거진에 볼리비아에서의 삶도 조금씩 녹여내고 있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563일 후, 그러니까 내가 한국에 돌아갈 즈음이면 아마 글이 엄청나게 많이 올려져 있을 '볼리비아 es bella' 매거진에는 하루에세이에서 썼던 글의 내용도 겹쳐있겠다.


3.

사실 이 곳에 올리는 글은 완벽한 글이 아니라는 것에 지금 나를 구독하는 분들께 죄송하다. 하지만 언젠가 완성된 글을 책으로 엮게될 때를 대비해서 이렇게라도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앞 뒤가 맞지 않는 글을 발행한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다른 작가들처럼 나 또한 사진을 더 첨부하고싶고 글을 꾸미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만 그런 작업들은 나중에, 정말 책으로 만들게 될 때에 더 섬세하게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니 심심하더라도 조금만 봐주세요.

제가 요즘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요즘엔 무슨 투정을 부리는지 그저 읽어내려가주세요.

그리고 여러분들만 제 비밀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주세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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