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by 한서



2017년 12월 31일 아침에 쓴 글.


2017년을 보내며 따뜻한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글을 쓴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휴대폰부터 확인했다. 한국은 볼리비아보다 13시간 빠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서 휴대폰을 확인해보면 다들 바쁘게 나눠놓은 대화를 나는 책을 읽는 것처럼 천천히 읽어 내려간다. 나는 그들의 삶보다 조금 느린 하루를 살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이상하게도, 새해를 눈 앞에 둔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마치 다른 별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는 것 같았다. 마치 2017년에서 2018년으로 해가 바뀐다는 그 사실이,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가는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특히나 그렇다.

그래도 타국에서 보내는 12월 31일이라고 한국에서와 다르게 혼자서 보낼 수 없으니, 나름 점심 초대도 승낙하였고 저녁 약속도 잡아보았다. 매년 집 근처 동산에서 보던 1월 1일 새해 일출은 killi killi 전망대에서 동기들과 함께 보기로도 했으니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도 특별한 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든다.

나는 올 초에 졸업을 했고 한 달 동안 우울감에 빠져있기도 했다. '사기업에 취업을 해야 하나? 남들처럼 나도,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야 하겠구나, 나는 뜬구름 잡는 삶을 살아왔던 걸까?' 그런 온갖 생각을 가지고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돌아오는 말은 99퍼센트 '그냥 평범하게 살라'는 말들 뿐이었다. 그 평범하게 살으라는 말은 한국 기업에서 일하며, 야근을 밥먹듯이 해서 내 가족과 소소한 시간조차 같이 보내지 못하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처럼 그리고 살기 위해 삶을 포기한, '헬조선'이라는 말을 입에 담고 다니는, 3포 세대도, 4포 세대도 아닌 6포, 7포, 8포 세대 어쩌면 10포 세대까지도 되는 2030 세대처럼 그렇게 살아가라는 말로 들렸다. 대학을 졸업하면 나는 똑같이 평범하게 그들이 걸어가는 그 길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그래, 내 친구들은, 나의 언니들은 모두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순리 인양 살아가고 있다. 나도 언젠가는 그 순리대로 살아가겠지... 하지만 난 아직까지도 꿈쟁이인지라, 그리고 그 꿈들을 다 현실로 이뤄내야만 하는 욕심이 있는지라 그 순리를 받아들이기가, 그게,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우울증에도 빠졌었지만 그걸 깨고 내가 금방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한 교육 중에 언급된 말이었다. 그 이후 나는 내가 궁금해했던 그 세계를 경험해 보기 위해서 도전했고 아직까지도 도전하는 중이고 앞으로 더 도전할 예정이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리고 내가 실행할 수 있는 이유는, 나는 아직 젊고 앞으로의 나에게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나는 특별한 삶을 살기 위해 하나씩 내 꿈을 실현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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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31일 ~ 2018년 01월 01일


1월 1일이 되기 5분 전부터 온 도시가 폭죽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온 도시가 환희와 축복 속에서 까만 밤하늘을 알록달록한 불빛으로 물들였다. 그 속에서 나는 몬티클로 공원에 함께 올라온 동기들과 친구들과 함께 서로를 끌어안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나눴다. 가져온 샴페인을 터트리고 마시면서 알록달록한 별들이 수 놓였다 사라지는 까만 밤하늘을 수 분간 바라보았다. 온 도시의 사람들이 하늘 위로 쏘아 올리는 불꽃들을 바라보면서 한국에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 황홀한 전경을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그래서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동영상 촬영과 사진 촬영을 어찌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촬영을 하는 족족 가족들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촬영분을 보내면서 그들에게도 새해 덕담을 보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말을 하면서 영상을 찍고 엄마에게 보냈더니 엄마는 내게 한서야, 고맙다, 라는 말을 했다.

문득 엄마가 더 그리워졌던 순간이었다.


한참을 황홀한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우리는 몬티클로에서 내려와 맥주를 마시면서 밤을 새우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에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일출시간은 6시 3분. 무슨 말을 그렇게 많이 했었던지 결국에는 대단하게 다들 5시까지 밤을 새우고 K'illi K'illi 전망대에 택시를 타고 다 같이 가서는 눈이 덮여 하얗게 반짝이는 일리마니 산 너머로 해가 동그랗게 올라오는 것을 기대하며 태양을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 사진을 보시다시피, 구름에 다 가려 해가 동그랗게 뜨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 사실 4000미터 고도인 이 곳에서는 한국에서 보는 것과 같이 동그랗고 붉은 해를 볼 수없고 4000미터 위치에 즉, 해가 이미 떠 있을 때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붉고 동그란 태양은 볼 수없다고 한다. 그 날은 붉은 태양 대신 구름 사이로 붉은빛의 산란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실망감이 컸지만 그래도 그 많은 구름 사이에 아주 희미하고 작은 무지개를 본 것으로 위안을 삼으면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올해 내 목표는 일도 공부도 언어도 안전하게 그리고 잘 진행해서 올 한 해를 완벽에 가깝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글도 더 자주 쓰고 책도 많이 읽고 언어 공부도 많이 하고 다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 내 경험과 내 시야를 넓히는 것. 그것이 내 큰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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