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La Paz

2017.08.16

by 한서



홈스테이 마마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라파스의 날씨 때문인진 몰라도 언젠가부터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와서 살고 있다고 했다. 대다수의 그들은 Zona sur(남쪽 지역)에서 살고 있는데 그중에서 한 지역이 깔라꼬또이다. 많은 외국계 기업과 국제 NGO나 UN기관 또한 Zona sur에 위치해있는 만큼 물가는 물론이거니와 집값이며 땅값이 소포카치보다도 훨씬 비싼 지역이다. 한국에 비유하자면 서울특별시의 강남구 정도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오전에 학원 수업을 소화하고 사무소에서 오후 수업이 있어서 깔라꼬또에 위치해 있는 볼리비아 사무소에 택시를 타고 내려갔다. 현재 내가 지내고 있는 소포카치보다 200~300미터 아래에 위치해 있기에 우리는 택시로 칸투타니(Kantutani)라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타고 끝이 없을 것 같은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개인적으로 택시를 타고 내려가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칸투타니를 타고 내려가면서 보이는 엘 알토의 풍경과 디아블로 산, 그리고 아래쪽에 펼쳐진 zona sur를 창문 너머로 신나게 구경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귀가 먹먹하다가 코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코 속에 혈관이 다른 사람들보다도 피부 표면 가까이에 잡혀 있고 게다가 비염까지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코피가 자주 나곤 했었다. 어렸을 때는 잠을 자다가도 무언가가 목 뒤로 넘어가려는 느낌이 들기만 해도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갈 정도로 거의 매일 밤 코피가 나곤 했었다면 믿겠는가? 그랬기에 콧 속에 흐르는 액체가 콧물인지 코피인지의 구분을 확실히 할 수 있다. 그래서 택시에서 갑자기 코피 느낌이 나기 시작하자 처음엔 가지고 있었던 휴지도 없었던 터라 당황스러웠는데 다행히도 앞 좌석에 앉아있던 동기가 물티슈를 건네주어 간신히 코를 틀어막을 수 있었다.

이 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에도 자다가 코피가 났었는데 그때 나는 당황하지 않고 한국에서와 똑같이 화장실로 걸어갔었다. 따뜻한 물은 피를 응고시키기 때문에 금방 코피를 멎게 한다. 그래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따뜻한 물을 코 속에 넣었다가 빼면서 피를 같이 빼내기 시작했는데 평소 같았으면 2~3분 내외로 피가 잘 응고되어 금방 멎었을 텐데 그 날은 이상하게도 수 분이 자나도 잘 응고가 되지 않았고 게다가 피가 빠르게 빠지고 숨도 제대로 안 쉬어지더니 두통이 더 심해지는 것이 아닌가. 나는 따뜻한 물을 조금 적신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몇 분을 화장실 변기에 더 앉아 있었다. 휴지를 몇 번이나 더 바꾼 다음에야 코피가 멎기 시작했다. 정말 그 날을 다시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 날의 생각이 나서 택시에서 코피가 났을 땐 두려웠지만 다행히 금방 멎을 정도로 적은 양이었기 때문에 옷이나 택시 시트에 피가 떨어지는 해프닝은 없었다.

18번가에 있는 사무소에 도착한 우리는 담당 선생님과 새로 오신 사무소장님, 구 사무소장님과 코차밤바 선배 컴퓨터 단원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사무소에서 선임 단원이 예전에 본인의 학교에서 진행했던 현장 사업과 관련된 강의를 들었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코차밤바 단원은 이제 곧 한국으로 귀국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분이셨다. 볼리비아에 들어온 지 일주일밖에 안된 나에게 그는 마치 아주 먼 미래의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강의 시간 중 그가 예전에 아프리카에서 경험했던 일들을 말하면서 그곳에서 떠나올 때 본인이 가르치던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선사해준 선물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울컥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우스도 제대로 잡지 못하던 아이들이 본인이 떠날 때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컴퓨터를 활용하여 무언가를 만들어서 선사해준 것이 얼마나 감동이었을까. 아직 귀국까지 한참 남은 나는 그것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였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마우스가 무엇인지, 모니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나와 함께한 추억들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보여준다면, 아, 그 얼마나 감동적일까... 아이들의 미래가 나로 인해서 조금이나마 바뀌게 될 거라는 기대감과 뿌듯함, 그런 기분이 들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겠지...?

앞으로 볼리비아에서의 생활이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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