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잠을 깊이 못 자서 새벽에 자주 깨곤한다. 오늘도 그랬다. 꿈도 꿨다, 두 개씩이나. 먼저 꾼 꿈은 정말 말도 안되는 꿈이었는데, 이틀 전에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연극을 인터넷에서 장시간 검색했기 때문에 그랬나 내가 마법사가 되어서 한국에 있는 엄마 집에 들어가서 악당을 처치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상대는 악당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들이 누구였던간에 그 순간 그저 생각나던 주문이 '아바다케다브라'밖에 없었기 때문에 오직 그 주문으로 나와 가족들 빼고는 다 무찔러버린것이다. 그들은 마치 해리포터 영화에서 죽음의 저주를 맞은 사람들처럼 똑같이 찍소리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렇게 말도 안되는 꿈 속에서 또 한참을 누군가에게서 쫓겨다녔던 것같다. 그리고 두번째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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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와의 영원한 이별 후엔 단 한 순간도 그들과 꿈에서 재회를 해본적이 없다. 언니들도, 엄마도, 내 동생도 아빠나 할머니를 꿈에서 만났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유독 나는 그들을 꿈에서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꿈에서 작은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에게까지 와서 또 무슨 돈을 주겠다고, 그 몇 푼을, 자고 있던 나의 머리맡에서 내 손에 꼭 쥐어주면서 싱긋 웃고 있더랬다. 말도 안되게도 나는 할머니가 나에게 돈을 쥐어줄 때 이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 생각을 했었나보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할머니, 됐어. 안 줘도 돼."
그런 말을 했다. 그게 꿈이라는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할머니와 실랑이를 하던 중 나는 왜 인지 모르게 그 찰나에 꿈에서 아주 잠시 깨어났었다. 깨어났다가 다시 잠에드는 그 1초도 되지 않는 그 찰나에 나는 그제야 아, 할머니가 내 꿈에 나타난거구나, 그렇게 깨닫고는 다시 눈을 감고 희미해지는 할머니를 내 꿈 속에 붙잡아 두었다. 그제야 나는 할머니에게 내가 지금껏 하고싶었던 말들을 털어놓으려했다. 횡설수설하면서 나는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같다. 이제 더 이상 우리 걱정하지 말라고. 내 걱정도 하지말고, 할머니, 우린 잘 지내고 있다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손녀 꿈까지 찾아온거보면 내가 그렇게 많이 걱정되었나보다고. 그래도 걱정말라고, 난 잘지낸다고. 그리고 이젠 돈 안 줘도 된다고. 나도 돈 벌고 있다고. 아마 그 순간 누군가 내 옆에 있었다면 그는 내가 잠꼬대하는 것처럼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을 것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사실, 나는 할머니가 아무 말 없이 나에게 돈을 주면서 웃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다. 여기까지 와서 나한테 돈을 줄 생각을 했나 싶었다. 그렇게 몇 달을 찾아가지 못한 나에게, 혼은 못낼 망정 용돈을 쥐어주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더 이상 용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게 할머니가 주시는 마지막 용돈이라 생각하며 받았더랬다. 평소엔 꿈을 꿀 땐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이게 꿈이라는 걸 알고 말이다.
휴대폰 알람소리에 잠이 깨고 나는 옆에 놓여있던 휴대폰을 집어들어 바로 꿈해몽을 검색했다. 혹여나 할머니가 나에게 해주고싶었던 말이 있었을까봐. 다행이도 해몽글에 나쁜 내용은 없었다. 그저 좋은 일이 생길거라는 내용의 글들 뿐.
할머니는 참 특별하면서도 슬픈 삶을 살다 가셨지만 하늘에선 할아버지도 만나고 아빠도 만나고 큰 할머니도 만나서 싸우지말고 오손도손 잘 지내고 계시기만 바랄 뿐이다.
할머니, 내가 참 뭐가 이뻐서 용돈을 쥐어주고 가셔, 또..
난 여기서도 잘 살고 있어. 그리고 여기 남은 사람들 모두 잘 살고 있으니까 걱정 말어.
이제 할머니만 하늘에서 잘 살아가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