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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Feb 02. 2017

마무리.



내일, 나는 다시 제주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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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여행 겸, 스트레스도 풀 겸, 그렇게 겸사겸사 나는 내일 제주도로 다시 향한다.

그 여행은 2013년이었고, 나는 그 여행이 터닝포인트가 되어 조금은 다른 나로 태어났었다. 태어났다, 라고 하면 오바려나. 어쨋든 나는 그 여행을 계기로 글을 쓰게 되었고 그 날의 여행은 곧 나라는 사람의 '생애 여행'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 것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전에 '내 이야기'라는 글에서 나는 글을 쓰고 있다고 했고, 그것이 바로 이 여행 이후로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글이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제주도의 풍경을 글로서 풀어낸다는건 참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내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사람들, 길 위의 백구와 막다른 곳에서 만나 길을 알려주시던 할머니와 아름다운 제주도의 바다까지도 글로 풀어내기에는 내 글 실력이 너무 부족했다. 더불어 4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나는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 글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내 인생의 이야기라서 아닐까, 생각 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건 분명 그 때 그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다 기억나지만 그 여행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무슨 기분을 느꼈었는지, 그 장소에서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그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내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더라는 것이다. 4년이라는 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그 동안에 나는 참 많이 변해 있었으니까.

어쨋든 나는 다시, 내일 제주도로 향한다.

지금 그 때에 경험한 제주도의 거센 바람과 진눈깨비를 다시 느끼고 볼 수있겠다는 생각에 설레하고 있다. 당시에 나는 자전거와 내 몸뚱이 하나로 4박 5일 동안 제주도 한 바퀴 일주를 했다만 이번엔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기에 또 다른 감정과 생각과 경험을 할 수있을것이다. 물론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기 때문에 혼자만의 사색에 잠겨 있을 시간은 없을테지만.

제주도의 2월은 봄,여름,가을,겨울이 모두 존재한다. 유채며 바다, 갈대며 한라산에 덮인 눈까지. 이렇게 다양한 계절을 한 곳에서 볼 수있다는 것이 정말 신비로웠다. 그것을 다시 보고 다시 느낄 수있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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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리고 이제 나는 정말 큰 결심을 해볼까 한다. 언제까지 그 글에 나를 묶어둘 순없다는 생각이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들었다. 새로운, 새로운 글과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의지가 생겼다. 사실 이 글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그리고, 어쩌면 만날 수 있을까.'


더 이상은 과거에 사로잡히면 안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문득 드는 생각인데 여태까지 내가 쓴 글 들은 모두 과거와 연관이 되어 있고 그 과거를 현재까지 끌고 온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내가 쓰는 '제주도 푸른 밤'이라는 글도 그렇다. 그 글의 소스는 내 제주도 여행에서 겪은 상황들인데 생각해보니 그 글을 쓰면서 나는 과거를 회상하고 또 그리워하고 있었고, 글로 그때 상황을 그리고있었다. 괜시리 나는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분명 얘 뭔소리하는거지, 싶고 지금 이렇게 얘기하는게 참 웃기지만, 아, 그래 나는 현재에 살아야겠다. 그래 그런, 그런 생각이 이렇게 정말 갑자기, 문득 들었다.

저 마무리 글 하나로 나는 과거를 쫓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정말 문득 든것이다. 그럼 제목도 바꿔야겠다. '들뜬 마음에 적은 글'에서 '마무리'로.

여행 전이라 들떠 있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 마치, 또 다른 내가 되는 기분이 든다. 이상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갑자기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결심했다. 나는 내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반드시. 그리고 진짜 정말 현재를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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