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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Mar 03. 2018

2월 23일




 이상하게 어제 밤에는 눈물이 그렇게 났다. 이상하게도, 정말 이상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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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엄마와 전화를 했다. 언제나처럼 인사를 하고 영상속에서 엄마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강아지들을 보다가 조금 조심스럽게 엄마에게 꿈에 대해서 말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그랬냐며 아무렇지 않게 답했지만 사실 그 말을 하고 나는 바로 후회했다. 엄마의 표정이 굳어가는 것을 느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 내가 괜히 말을 해서 엄마의 아침을 우울하게 만들었겠구나싶어 얼른 영상통화를 끊었다. 마음에 걸려 한참을 휴대폰 액정만 빤히 바라보던 나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탓에 오랜만에 그와 통화를 하면서 웃다가 결국 그에게도 전 날 밤 꿨던 꿈 얘기를 해버렸다.
 "나 어제 꿈을 꿨는데,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나서 나한테 돈을 주시더라. 처음엔 현실인줄 알고 언제나처럼 거절했는데 아주 잠깐 잠에서 깨어났었을 때 그제야 꿈에 할머니가 왔다는걸 깨달은거야. 그래서 그 때 내가 하고싶었던 말 할머니한테 다 했어. 그리고 그 돈도 받았어. 마지막 용돈일지도 모르잖아."
누군가에겐 이 말을, 내가 느꼈던 느낌들을 말하고 싶었는데 그게 엄마였으면 안됐었다는 걸, 그걸 깨달았다는 것도 그 친구에게 다 말해버렸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할머니가 너 보고싶으셨었나보다, 고인이 주신 돈은 받는게 맞다, 잘했다, 어머니는 힘드실거다라며, 차라리 내 가족보다도 나를 더 도닥여주더랬다.
 "나 빼고 그 시기에 다들 할머니 꿈을 꿨었거든. 그 땐 꾸려고 해도 안 꿔지더니, 왜 이제야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는 나한테까지 오셨을까. 괜히 여기까지 오셔서는 고생하셨네, 싶기도하고. 그냥 갑자기 모든게 다 미안해지는거야..."
나는 죄인이 된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졌다. 친구와 전화하기 전에 엄마와 전화를 했을 당시에 본 엄마의 표정도 눈 앞에 스쳐지나갔고, 그래서 괜히 내 마음만 무거워져서는 참아내려했던 눈물이 결국 터져버렸다. 그렇게 서럽게 또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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