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내내 우울했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왜 우울한지를 깨닫게 된 후부터는 이 삶을 이제야 제대로 좀 즐겨보자는 마음을 굳게 가지게 되었다. 향수병, 언어 스트레스, 인간관계, 돈 문제, 미래에 대한 걱정 등등.. 여전히 이런 문제가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는 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흘러가는대로 잘, 그냥 잘 살아내는게 중요하니까.
이 곳에서의 삶은 나름 행복하다. 한국에서처럼 알지 못하는 무언가에 쫓겨 지내지 않아도 되고 겉모습에 크게 신경을 쓰고 밖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그러면서 누군가를 의식하면서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 가장 좋은건 자신의 삶에 대한 부정적이고 불행한 이야기로 나를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그런 사람이 적어도 지금의 환경엔 많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기에 내 이야기는 꺼내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이런 곳에 글로나마 내 속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라, 이 곳에서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쓰고 또 쓰는데 그래서 대부분 내 글의 내용은 비슷하다는 것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잘 알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누군가와의 만남을 가질 땐 항상 나도 모르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갔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짐은 내 어깨에 얹혀져 있었다. 알게모르게 나는 그들의 삶에서, 그들처럼 그들의 걱정을 했었다. 마치 그들의 삶을 내가 대신 살아주고 있었던 것처럼. 어느 순간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도망치듯 지구 반대편으로 온 것도 맞다. 그들의 짐꾼인 내가 없어져도 그들은 잘 살아낼테니까 이젠 제발 내 짐만해도 벅찬 내 삶을 좀 혼자 잘 살아보자고 생각하면서. 물론 내가 미래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온 이유도 있지만 말이다.
11개월을 타국에서 살아오면서 참 많은 일을 경험했다. 병을 얻어서 근 한 달간 몸이 좋지 않았던 것 빼고는 대부분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다. 혼자 살아보려고 왔건만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었고 누군가의 말처럼 말 못하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3개월을 하다보니 이제는 그들과 어울리려 노력하는 것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있는 나 자신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인걸까, 단순히 개인주의라고만 생각해왔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는 말은 참 모순된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그랬다. 외롭지만 외롭지만은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집 밖을 나가면 나와는 다른 인종이 길 거리를 돌아다니고 나와는 다른 언어로 말을 한다. 그놈의 중국인, 중국인 소리도 듣기가 껄끄러웠는데 언젠가부터는 옆 집 할머니가 그런 소리를 하는 걸 듣고는 집에 있어도 중국인 소리를 듣고 있는게 기분이 영 좋지만은 않았다. 이래나 저래나 혼자있는게 외롭지만 외롭지 않았던 것도 이젠 끝난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난 더 이상 집순이가 되지 않기로 했다.
집 밖을 나오면 돈을 그렇게 써대는 나지만, 매일 매일 나가서 산책이라도 좀 즐겨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한 세 시간 산책 정도면, 집순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있으려나. 그러나 지금은 윗 동네의 한 카페에 와서 앉아있다.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집을 탈출한 보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