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앞을 보면 글을 쓰려고 적어 둔 10개 이상의 소재가 눈 앞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받은 이 이미지 하나 때문에 이렇게 글을 올려보려 노트북을 켰다.
내가 참 좋아하는 친구들 중 한 명인 아이가 본인이 메신저 이모티콘샵을 구경하다가 한국이 너무 더워서 정신없는 와중에 순간적으로 구매를 해버렸다는, 말이 안되지만 말이 되는 메세지를 보내왔다. 그렇게 본인을 위안 하면서 나에게 이모티콘을 메세지 하나에 이모티콘 하나 꼴로 보내면서 톡을 주고받던 와중 지금으로부터 1시간 전에 이런 이미지를 보내왔다.
그런데 왜 하필 '중년' 건강 백과사전에서 찾은거니, 너란 아이...
학원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받은 이 이미지를 유심히 지켜보며 이게 뭔가, 싶어서 한참 생각하다 빵터졌다. 지난번에 내가 '이곳에서는 숨쉬는 것도 힘들다. 정말 숨쉬는것도 운동이 된다.'라고 했더니만 저걸 검색해서 내게 찍어 보낸 것이다. 물론 어제 샀다던 그 멍멍이 이모티콘을 자랑하면서.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엄마와 통화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벌써 연락을 안 한지 1년도 넘은 친구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엄마는 그 친구의 어머니가 본인의 가게에 종종 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 친구 이야기가 나왔다. 이전에도 한 번 이 아이에 대한 글을 쓴적이 있다.
"너는 내가 죽어서야 그제야 날 보러 내 장례식장에 올거냐?"
라고 하려다가 말았다던 그 애.
역시나 오늘도 그 애 이야기를 하다가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나한테 먼저 연락을 단 한번도 하질 않을까.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먼저 할수도 있는거 아닌가? 그냥 보고싶어서, 그냥 뭐하나 궁금하니까. 굳이 내게는 연락을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걸까? 등등 온갖 물음표를 엄마에게 던졌다. 사실 이런 물음표들을 받을 대상은 그 친구여야 했지만 내 성질과 물음표를 아침부터 받은건 엄마였던거다.
그렇다. 그 때 당시에 그 친구, '니가 대전에 오는 횟수가 더 많으니 니가 날 만나러 와.'라는 말을 하던 그 친구를 떠올리면 지금도 열이 받는다. 내가 지 눈에 얼마나 '한량'처럼 보였고, 얼마나 시간이 많은 사람으로 보였으면 그 애가 그런 말을 쉽게 뱉었을까.
거기에 더해 본인이 남자친구와 헤어질 때만 나에게 연락해서 한풀이 하는 친구, 인생 상담이 필요한 친구 등등이 떠올랐고 엄마와의 통화에서 결론을 이렇게 지었다.
"...지들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나쁜년들! 엄마, 나 이제 착하게 살지 않을거야. 절대로 그렇게 안살거야! 엄마도 하고싶은 말 하고 살아! 나는 절대로 착하게 남들이 나 무시하면서 살게 내버려두지 않을거야. 싸울거야, 아주 싸가지 없어질거야!"
이 말을 절규하듯이 외치며 통화를 끊었더랬다.
언젠가부터 나는 진짜 내가 생각했을 때 정말 싸가지가 없어졌구나 싶을만큼 달라졌다. 싸가지가 없어졌구나, 라는 말이 그렇지 그냥 한없이 착한, 예전의 내 모습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쳐서 이 정도로 된거라 생각한다. 내 것이 없었던, 내 주장이 없었고 마냥 착하게, 엄마 말 잘 듣는, 어른들 말 잘듣는 아이였던 '등신'이 '사람'이 되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여전히 내 주변에, 내 관계 속엔 저 이미지를 내게 보내고 진짜 진심으로 걱정까지 해주는 친구같은 친구가 있는 반면 말 그대로 지들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다르다, 내 관계는. 아마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