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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Aug 13. 2018

내 노력이 없었던것이 될 때



 1년 간 이 곳에서 일을 하면서 나는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게 아이들 교육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자료,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면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있다. 그런데 이틀 전에 누군가 내 노력이 전부 헛된것이었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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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곳에서 일을 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기념으로, 그리고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한국에서 지원하는 장학 사업을 신청하려고 하여 학교 선생님들과 회의를 했더니 각 학년당 3명씩 총 18명의 아이들을 추천했다. 모든 학생들에게 다 돌아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단 2명만 지원이 되기 때문에 선생님들에게 추천을 받기로 했던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학생들의 성적이었다. 성적 장학금이라는 목적으로 지원하려했으니까. 그래서 그 18명의 학생들 중에서 나는 당연히 성적이 가장 좋은 두 명의 아이를 선택하였고 교장에게도 그렇게 전달했다. 그러나 그 날 현지 선생님들 간 회의가 진행된 후에 다양한 변수를 가지고 다시 생각해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가장 간과했던 것은 바로 경제적인 지원이 정말 필요한 아이들에게 주어야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아, 그렇다면 18명의 아이들 중에서도 경제적인 지원이 정말 필요하고, 가족이 많은 친구들을 다시 확인하고 학교 출석률도 높은 아이들에게 줘야겠구나. 라는 어쩌면 당연했지만 내가 너무 크게 간과하고 있던 변수를 가지고 다시 선정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사실 앞서 말한 내용의 사이사이에 일 때문에 내가 지난 1년동안 노력해왔던 것들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리고 아예 없던 일이 된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와 함께 일을 하는 동료들은 11명이다. 그 중 1명은 학교를 관리하는 관리인 여자인데 그녀의 아들 또한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안그래도 장학사업을 진행하면 이 아이에게 장학금을 주고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될 정도로 성적도 좋고 뛰어난 아이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었다만 관리인 여자가 나에게 와서 한 말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그녀는 내가 있는 교실에 와서는 6학년 담임이 6학년 학생들은 내년에 다른 학교로 가기 때문에 사업을 위한 추천을 하지도 않는게 좋겠다는 이야기 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왜그런지 모르겠다며 니가 생각해도 우리 아들 공부도 잘하고 컴퓨터도 잘 다루지 않니?라며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딱 봐도 본인의 아들이 받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아니다, 추천해도 된다.라며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는 나에게

 "근데 왜 이런걸 해서 선생님들에게 혼란을 주니. 차라리 컴퓨터를 더 사지. 그리고 너는 왜 학교에 도움되는 물건은 안 사니? 컴퓨터 몇 대 더 사. 전에 일 했던 한국인이 저기 8대 다 새로 사주고 갔어."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닌가.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인상이 팍 찌푸려졌다.

 '세상에...'

지난 1년동안 나는 이 전에 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틀에 한 번꼴로 들어왔다.

 '그 친구가 진짜 잘했어. 그 친구가 컴퓨터를 8대나 사줬어. 그 친구의 친구가 와서 잡채를 해주고 갔어. 진짜 맛있었어.'

사실 그런 말을 하면서 자꾸만 나와 그 사람들을 비교하는 것이 너무 기분이 나빴었지만 그러려니 하면서 '그래, 그랬구나.' 나는 그렇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진행하려는 사업 앞에서 저런 말을 하니, 특히나 '너는 왜 학교에 도움되는 물건은 안 사니?'라는 말을 듣자마자 나에겐, 내가 지금까지 아이들과 진행해온 수업과정과 선생님들께 전달해준 교육자료들과 선물들 등이 모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게 된 것이다.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않게 할수가 있지. 내가 1년간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데...! 왕복 4시간 목숨 건 출퇴근길을 오가면서 나는 1년동안 내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는데. 어쩜 저들은 저런 말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요구할수있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이 곳에서의 노동 철학은 '좋은 교육'이 1순위였다. 그래서 학생들의 교육에 중점을 둬서 일을 했었고 교육을 커리큘럼화 시키려 노력해왔던 그 모든 노력이, 내가 당연히 컴퓨터를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저 확고하면서도 물질만능적인 말 앞에 와르르르 무너져버린 것이다. 생각해보니 처음 기관에 파견 되었을 때 이 전에 있었던 교장이 나에게 했던 말도 '컴퓨터 몇 대 더 사줘.'였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엔 꼭 구입하겠다는 마음을 먹곤 있었다만 막상 저런식으로 직접적으로 듣고나니 지난 1년간 내가 노력해왔던 것들이 이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고 내가 마치 이들에겐 '그냥 중국인', '짐짝',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기분까지 드는 것이다.

그 날, 집에 돌아와서는 생각하면 할 수록 너무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어 눈물이 줄줄 흘렀다. 알곤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질'을 요구하는 것을 들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고 그냥, 그 한 마디로 내 1년을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나 지금까지 뭐했던거지?'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엄마와 통화를 했다.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눈물이 울컥 차올라서 목이 메어 말이 잘 나오지도 않았다. 전화를 끊고나서 또 후회를 했다. 엄마한테 또 괜히 이야기했나보다, 난 맨날 이렇게 불효녀를 자초한다. 다음 날 저녁까지도 속상한 마음이 사그러들지 않았고 그런 생각만해도 눈물이 줄줄 나왔다. 그래서 지금 내 기분을 글로 쓰면 좀 나아지겠거니 했었는데 이대로는 생각 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오랜만에 친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또 울컥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 콧물을 다 쏟아가며 이야기를 해댔다. 언니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차분하게 공감해주면서 엄마가 했던 것과 비슷한 말을 해주었다.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고 부정당했다는 생각하지말라고.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 학교 사람들 모두가 그 사람같진 않을거라고. 우리나라도 개발도상국일 때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겠냐고. 그러면서 가볍게 넘겨버리라고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들에게 필요한건 눈에 보이는 물건이라는게. 나를 사람이 아니라, 돈으로 보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자꾸만 속상하고 눈물이 나는건 정말 어쩔수가 없다.


내가 만약 그들이 있는 앞에서 '저 여자가 나한테 컴퓨터를 더 사라고 말했다. 여러분도 나를 그냥 돈으로만 생각하는거냐. 나는 당신들에게 뭐냐. 인간이냐, 아니면 한국에서 온 돈이냐. 어쩜 그리도 이 전 사람과 똑같이 할거라고 생각하냐. 나는 나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라고 직접적으로 말을한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당장 내일 학교에 가서 이 이야기를 해야하나, 아니면 참아야하나...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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