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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Aug 25. 2016

내 맘과 같지 않다는 걸



 지난 번에는 모두가 내 맘과 같지 않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 글은 어렸을 때 제 친구에 대한 글이었는데, 오늘 이야기하고싶은 것은 어린시절의 내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20대 초반에 내가 다양한 활동을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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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가장 크게 고민을 하는게 바로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과 함께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어리지만 살아내다보니 그것이 많이 힘들다는걸, 뭐, 늦게 깨달은건진 모르겠지만 이런 저런류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내다보니 깨닫게 된 것 같다.

지방에 살고 있는 내가 20대 초반에 만난 사람들은 서울, 경기, 인천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학교 내에서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았고, 학교 밖에서 인맥을 넓힌 편이었다. 그 당시 나는 학교라는 우물안에 있는 것보다는 우물 밖의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해보는게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보니 학교 내에 사람들과는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 학교 내에서 나는 섬이었다. 뭐랄까, 자발적 아웃사이더? 그것이 딱 나였다. 내가 친하게 지내는, 친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거의 외지에 있었으니 개인이나 단체 모임이 있으면 내가 타지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 사람들과 많이 친해지고 싶었기 때문에 나의 온 시간과 돈을 그 분들에게 많이 투자 했었다. 그리하면 내 사람들이 되겠거니, 그런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그 사람들과 관련되어 좋지 않은 추억이 생겼고, 잠시 동안 그들과 연락을 끊은적이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엄청나게 힘든 시간을 겪었고 내게 전부였던 사람들이라 생각했건만 그런 그들과 볼 수없고 연락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긴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을 우물에 다시 들어와 혼자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약 석달 전부터 다시 그 분들하고 연락이 되었고 조만간 모임을 가지게 될 것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서울에서 주최된다고 했다. 예전에 나였더라면 무조건, 당연히 참석하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 모임에 앉아있는것만으로도 그 사람들이 내 친한 사람들이고 나의 인맥이며 그들을 앎으로서 내 '가치'가 올라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 당연히 참여를 했으리라. 그런데 지금생각해보면 그게 아니라는게 '확실'하더라.
어린 나는 그 자리에서 그 잘난 사람들의 말을 듣기만 듣고 또 듣고, 따라주는 술만 마시고 마시고 마셨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아, 그냥 잘 놀았다, 그 정도였다. 내게 플러스 되는 요인은 없었다. 내가 모임에 참여하고 그 이후에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이, 내게 딱 한 사람이라도 남아있었더라면 물론 이번 모임에도 참여를 하려했을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기에, 나는 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사람을 만나면서 만남의 가치를 따지는건 좋은 일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것이 좋은 행동이 아니라는걸 알지만 어떻게보면 슬프게도 이런게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나라면 어떻게 사람들을 가치로 판단을 하냐는 생각을 했겠지만, 인맥을 가치가 있는 사람과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로 나누는 인간들과 지내보았더니, 그렇게 내가 겪어보니 알겠더라. 이 사회가 그렇다는걸. 내가 굳이, 착해봤자, 착하게 '보여'봤자, 나를 그냥 이용만하겠거니. 모두가 내맘과 같지 않다,라는 그 글에서도 그랬지만 그게 참 슬픈일이다. 그런데 그걸 인정해야 되더라. 그래야 나도 그 사람도 상처를 받지 않을테니까.

어떻게보면 사람의 마음을 알기가 가장 힘든 과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P.S.

 우물안에 개구리도 밖에 나가서 넓은 하늘을 보기위해서는 우물 안에 같이있는 작은 꽃, 이끼, 작은 벌레 친구 하나하나 모두를 다 알고 밖으로 나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세상을 확실히 알고 밖으로 나가는게 좋겠다는 걸. 그렇게 보면 나는 그냥 그 우물에서 아싸로 지냈던 개구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나는 우물로 돌아왔고, 우물 안에 있는 친구들을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진실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 같이 고민을 나누고 함께 하면서 다시금 우물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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