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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Jul 23. 2016

지나가다 만나면



일주일 정도 그 사람과 연락을 주고 받았어. 그저 안부 정도로. 아침인사를 하고 점심인사를 하고 저녁인사를 하는, 딱 그 정도. 그러다 문득문득 대화 화제를 돌려서 영화며 드라마며 좋아하는 책이며 계절이며 등등 그 사람은 나에 대해서 물어보곤 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항상 질문은 그 사람이 시작했던 것 같아. 그러다 나는 그 사람이 나에 대해서 엄청난 관심을 보이는게 너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거야. 그런 질문들에 이제는 내가 지쳐가는거야. 미안하지만 절망적일 정도로 알려주고싶지 않았던거야. 정말 다시 생각해봐도 나는 대답만 했고, 그는 질문만 했던 것 같아. 자신에게 호기심이 없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그 사람 본인도 힘들었을거고, 나는 그런 대화를 이어가기가 참, 버거웠어.


그리고 나는 결국 그에게 말했어. 지나가다 만나면 인사 하자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고. 그리고 연락이 끊어졌어. 괜히, 미안하고 또 미안해졌어.

난 아직도 여유가 없었나봐. 내 마음도 내 환경도 말이야. 그 사람은 무슨 죄야, 이기적이라는 말이 딱이지, 나... 고마운줄도 모르고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그 사람과 만나게 되면 미안해질 일만 계속 생길 것만 같은거야. 나는 그 사람을 진심으로 대할 수도 없을 것만 같은거야. 그 사람과 항상 함께 있을 때 마다 그 사람에게서 너를 찾을것만 같은거야.


나 어쩌면 좋을까.

나도, 나를 정말,

어쩌면 좋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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