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다.

2018.10.31

by 한서



오늘은 동료들도 학생들도 모두가 행복한 날, 개교 기념일이다. 이런 축제날엔 언제나 그랬듯 아이들은 춤을 추고 거의 묘기 수준의 체육 퍼포먼스를 보였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공연을 하고 있는 중에 먹고 마셨다. 여전히 이렇게 아이들이 어른을 위해서 묘기를 부리고 춤을 추는 그런 상황을 정말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오늘도,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축제가 끝나고 동료들과 초대된 사람들은 어느 교실에 들어가서 점심 식사를 먹을 준비를 했다만 나는 그 자리가 불편할 것을 알기 때문에 차라리 일찍 그 자리를 뜨는게 났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가겠다고 말하고 나와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급격하게 기분이 다운되고 힘들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냥, 나는 행복하지 않은 것같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여전히 '그들'사이에서 나는 그저 '외국인'이니 내가 너무 어울리지 못하는 것같은 기분도 문득 들었고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면서 급 '현실 자각 타임' 즉, 현타가 온 것이다. 그래, 나는 행복하지 않은 것같다. 행복하지 않다, 적어도 지금은. 일도 하기 싫고, 공부도 하기 싫고 그냥 살아내는게 너무 힘들다, 지금 이 순간이. 말이 통하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예전에 나처럼 속앓이만 하고 있는 것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것같다. 아니,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사실은 아무도 내 주변에 없는 것같은 기분,이랄까. 외롭다고 느껴질 때가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진짜 도망치고싶다, 어디로든, 어디로든.

우울한 기분이 들때는 억지로 그 기분을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언젠가부턴 나도 그렇게, 내 기분의 강에서 한 걸음 나와 제 3자의 입장에서 한 번 바라보려고 하곤했다. 지금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많이 우울하구나, 행복하지 않구나.' 그렇게 그 상황 자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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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다 쓰고나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일전에 썼던 글에선 이제 괜찮다고, 잘 살아내고 싶어졌다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또 우울함에 퐁당 빠져있으니...

에이, 뭐... 애써 바꾸려고 노력하지 말자. 그냥 내가 우울하니까 우울한 이 기분을 그대로 둬야겠다.

내일은, 괜찮아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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