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었어. 뙤약볕이 내리쬐던 대낮부터 찬 기운이 느껴지던 해질녘까지 그렇게 걷고 또 걷고 했었지.
멍-한 상태로 걷기도 했고 나를 자책하면서 걷기도 했어.
그냥, 걸으면서 한건 그게 다였어. 정신없이 걷는 거 아니면 나를 자책하는 거.
내 중심이 무너진 걸 느낀다는 게, 바닥에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는 게 그게 그렇게나 고통스러운 일인 줄은 몰랐어. 내가 느꼈던 치욕스러운 상황들이 자꾸만 생각날 때마다, 남들이 나를 '별거 아닌 애'라고 얘기할 때마다 그런 일들이 있더라도 내가 괜찮다,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건데 나조차도 나 자신을 무시하고 있더랬지.
그땐 다 놓고 싶어서 나를 망쳐버리려고 했고, 내 주변 사람들도 나를 아주 싫어하게 만들려고 했던 거 같아.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나는 원래 바닥인 애야.'
'난 이것밖에 안돼.'
'그러니까 날 미워해, 그냥 날 버려.'
오늘 앨범 정리를 하다가 이 사진을 보고 이제야 난 그때 내가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그랬던 것을 후회해. 미안해.
나는 나 자신에게 하나뿐인데. 내 주변에 아무도 없어도 나는 내 영혼의 편이어야 했는데.
2014년의 나에게 미안해.
그리고 그랬던 나를, 뒤에서 어떤 욕을 했을진 몰라도(ㅋㅋㅋ), 묵묵히 내가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려준 주변 사람들과 나에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