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6일 <Day 2>
보통 여행객들은 라파스-코파카바나(티티카카 호수)를 지나서 페루로 넘어가기 때문에 코파카바나 국경으로 지나는데 나는 그 밑에 위치한 국경인 DESAGUADERO로 지났다. 사실 코파카바나까지 들어가기 위해서는 호수를 건너야 한다. 이때 버스에서 모든 승객들이 내려서 버스는 버스를 싣는 배로, 승객은 승객용 배를 타고 이동을 하곤 한다. 그래서 나도 코파카바나 국경으로 지나가려나 싶어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호수 쪽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휴대폰 지도 어플로 확인한 이후부터 배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뒤에 앉아 있던 아르헨티나식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미국인 여자분의 말에 따르면이 국경의 건물이 최근에 새로 지어졌단다. 어쩐지, 외부도 내부도 엄청 깔끔했다. 다만, 신식 건물의 한 가지 '옥에 티'는 가방을 검사하는 기계가 없다는 것이다. (신식이라서 아직 기계를 배치해 놓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진 몰라도.) 출입국 서류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한 후 가방을 검사하러 갔더니 사람들이 일일이 가방을 열고 하나씩 안에 있는 내용물을 꺼내어 보면서 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일 하는 사람도 여행객들도 서로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 아닌가. 그런데 내 차례가 되자 왠지 가방 검사를 굉장히 대충 하는 것처럼 보였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였을까? 그냥 눌러보고 대충 들춰보고 마는 정도? 만약에 누군가의 가방에 폭탄이라도 있었더라면 어쩌려고 그러나, 괜한 걱정이 들기도 했더랬다.
볼리비아에서 티켓을 살 때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봤었다. 몇 시에 페루에 도착하냐고. 그랬더니 아침 6시 30분 도착 예상이다, 라는 말이 돌아왔었다. 그래서 쿠스코에서 4일 동안 묵을 AirBnB호스트 데이비드에게도 "내일 6시 30분에 도착할 것 같아. 7시에 체크인할 수 있을까?"라고 보냈었다. 그런데 내가 간과했던 사실은 페루는 볼리비아보다 1시간 빠른 시간을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즉, 페루 시간으로는 아침 5시 30분에 도착한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터미널은 북적였다. 버스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에 비몽사몽 한 눈으로 터미널 안으로 곧장 들어왔고 얼른 시내로 향하고 싶어서 바로 앞에 서 계시던 택시 아저씨를 만났다. 본인의 목에 걸려 있는 카드를 보여주며 나를 아주 자연스럽게 차까지 안내했는데 내가 아직 페루 솔(Sol)이 없다고 하니까 Avenida Sol에서 같이 환전을 하고 숙소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면서 10 솔(약 3000원)에 가자고 아주 친. 절. 히 말하셨다. 솔직히 아침 6시였기 때문에 문을 연 환전소가 없을 것 같았음에도 있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으로 아저씨의 차에 탔다.
아저씨와 신나게 이야기를 하면서 Avenida에 도착했을 땐 역시나 문을 연 환전소가 없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문을 연 환전소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본인이 달러를 환전해주겠다고 하셨다. 사실 이 제안을 들었을 땐 당연히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블로거 중 한 명이 페루 길거리에서 환전을 했는데 가짜 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의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받은 지폐는 모두 진짜였다.
그런데 문제는 숙소에 도착하고나서이다. 숙소로 도착하니 그는 내게 잔돈이 없으니 본인이 환전해서 내게 줄 돈을 모두 주려다가 20 솔(약 6000원)을 다시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50달러를 그에게 환전해달라고 했고 총 166 솔이 나왔었다. 20 솔짜리 3장을 내게 건네주려다 본인이 20 솔은 가져갈 테니 너는 146 솔만 가져가라. 이렇게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내가 돈이 없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20 솔을 고스란히 가져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분명히 10 솔이라고 하지 않았냐."라고 하니 "내가 너를 도와줬으니까 20 솔을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이런, 도둑놈 같으니. 처음엔 환전소에 가는 것과 호스트 집까지 가는 것 모두 10 솔을 부르더니 마지막에 내릴 땐 20 솔을 가져가려고 하다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마구 따졌더니 ‘알았어, 그럼 15 솔’이라면서 15 솔 지출했다. 그것도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지불해야 하는 택시비에 2배를 낸 것이었지만. 아침부터 너무 기분이 나빴다. 페루에 도착하고 30분도 안돼서 페루가 싫어지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기분을 내가 느끼지 않으려고 하면 그만이다. 그냥 다른 나라에 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저런 인간 때문에 내 하루를 망치고 싶진 않았다. 그만하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