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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Jan 10. 2019

Plaza de Armas en Cusco.

2018년 12월 16일 <Day 2>


 AirBnB 숙소에서. 06:10 AM

 호스트 데이비드의 집엔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다. 


 기사 아저씨와 실랑이를 벌였어도 택시에서 내린 시각은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초인종을 누르니 '데엑'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렸다. 겉으로 봤을 땐 특이할 것 없는 아파트였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건물 건축디자인이 굉장히 특이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중앙에 놓여 있는 회오리식(?)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각 층마다 두세 가구의 문들이 배치되어 있다. 내가 묵을 숙소는 4층이었고 문 앞까지 걸어가는 길은 짧은 구름다리였다. 평범한 외부와는 달리 다소 생소하게 느껴진 내부 디자인에 헛웃음이 나오기까지 했다. 짧은 구름다리를 건너 문 앞에 도착해서 나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호스트인 데이비드가 문을 열어주었다. 작은 체구에 깔끔하게 머리를 넘긴 그의 두 눈엔 피곤함이 가득했다. 게스트를 맞이하기 위해서 얼른 깔끔하게 단장한 느낌이 들었다. 예상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탓에 그에겐 조금 미안했지만 그래도 얼른 가방을 내려놓고 싶을 뿐이었다.

 "안녕! 내가 너무 빨리 왔지. 미안해."

 "괜찮아. 영어가 편하니, 스페인어가 편하니? 지금 스페인어 배우고 있는 거야?"

 "응. 두 언어 다 못하지만 지금은 영어를 더 못해."

개인실. 쿠스코에서의 4일을 보낸 방.

그와 인사를 나눈 후 몇 가지 안내 사항을 들었다. 내 방 앞에 화장실이 배치되어 있었기에 거의 혼자 사용할 것 같았고 컴퓨터며 프린터기도 (사용하진 않을 것 같지만) 방 옆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샤워실은 이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앞에 보여.'라는 말을 듣고 옆을 보니 진짜 집 안에 또 다른 계단이 있었다. '이 건물 도대체 뭐지?' 속으론 놀랐지만 겉으론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무튼 데이비드의 설명을 듣고 내가 사흘 동안 묵을 방에 가방을 두고 그에게 인사를 한 후 숙소를 다시 나서기로 했다.

 


AirBnB 숙소 주소 : Avenidas Fortunato L. Herrera D2 - Dpto 5, Cusco, Perú

숙소는 깨끗하고 좋았지만 Plaza de Armas와 거리가 너무 먼 것이 가장 큰 흠이었다. 광장까지 이동할 땐 항상 택시 어플 Uber를 사용했고 평균 8~9 솔이 나왔다.


 아르마스 광장과 그 근처에서. 06:30 AM

 비가 오지 않아서 오늘은 왠지 다 잘 풀릴 것만 같다. 


아르마스 광장까지 가는데 택시비 6 솔을 지출했다. 보통은 5 솔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택시기사 청년이 처음엔 8 솔을 부르더니 내가 5 솔에 가자고 하니 오늘은 Feriado, 즉 쉬는 날이니까 6 솔을 받아야 한단다. 아휴, 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택시기사를 만난 것이다. 

 "당신들은 쉬는 날이면 돈을 올려 받아요? 말도 안 돼. 이해가 안 가는데?" 

라는 물음을 했다. 당연히 그런 건 없다는 걸 아는데도 굉장히 궁금한 듯이 물어봤더니 

 "응. 너 페루 처음이지? 여기 안 살잖아? 우린 그래."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렇게 길거리 택시기사와 말싸움을 하지 않으려고, 굳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그렇게 많은 여행객들이 Uber어플을 사용하라고 했던 건가보다. 우버를 이용하면 숙소에서 광장까지 평균 9 솔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훨씬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친절하고 무엇보다 그들과 입씨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해서 여행이 끝날 때까지 우버를 이용했다.)

택시기사 청년은 아르마스 광장까지 가는 길에 오늘은 어떤 투어를 하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오늘 삭사이와만에 간다는 대답을 했고 그는 내게 택시투어를 추천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본인’ 회사의 투어를 알려주었다, 본인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꼭 전화하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꼭 연락해야 돼!”라며 말하는 청년. 

 "그래, 다음에 보자! 안녕!"

아르마스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얼른 택시에서 내렸다. 

 아침 일곱 시의 광장에는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일요일 아침, 성당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이 그 이유인 듯했다. 나는 구름이 낀 하늘 아래에 보이는 광장을 성당 앞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내가, 정말 페루 쿠스코에 와 있다니! 뭔가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끓어올랐다. 입가엔 계속 미소가 지어졌다. 하늘이 어둑했어도 아르마스 광장은 아름다웠다.

Iglesia de la Compañía de Jesús



 KINTARO 맞은편 햄버거 가게에서. 09:00 AM

 오전엔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보기로 했다. 


다 닫혀있는 상점을 보면서 마추픽추 1일 투어를 예약한 여행사와 스타벅스, 그리고 미리 검색하고 계획표에 적어 넣어뒀던 음식점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Plaza Regocijo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가 Iglesia de Santa Teresa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Plaza Regocijo 쪽에서 Plaza de Armas으로 내려가는 길.

그리고 다시 Plazoleta Santa Teresa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아르마스 광장으로 내려오다 보니 아직 문이 닫혀있는 일본 음식점 KINTARO를 발견했고 여기서 뭘 먹어볼까, 고민을 하며 걸어가던 중 맞은편 햄버거 가게가 눈에 띄어 그곳으로 들어갔다. 

 

KINTARO 맞은 편 햄버거 가게,

핫도그, 촐리소(소세지의 일종) 버거와 커피, 치차 등을 파는 곳이었다. 주문은 핫도그와 치차를 했지만 받은 건 촐리소 버거였다. 함께 나온 감자튀김을 버거 안에 넣고 케첩과 머스터드를 듬뿍 뿌려 먹었더니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언제나처럼 처음 동양인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으로 나를 대하는 아주머니께 나는 날씨 이야기로 대화의 문을 열었다. 구름이 꼈다, 비가 조금 내리더라 등등. 그렇게 말문을 여니 주인아주머니와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어디서 왔니, 지금은 어디서 일하니, 왜 스페인어를 하는 거니 등등 질문을 꽤나 많이 하셨다. 그러다가 내가 오늘 오후에 삭사이와만에 간다고 하니 잉카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다 잉카인과 스페인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인디오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고 본인은 스페인 사람을 보면 무슨 나쁜 감정은 없지만 불편하다는 말도 하셨다. 

  “분명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잘못이 없는데 과거에 있었던 일들 때문에 그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불편하더라고. 한국은 어디 식민지였더라?”

 “일본이요. 그래서 저도 아주머니가 무슨 느낌을 가지고 계실지 알아요. 저도 일본인 친구가 있긴 하지만 가끔은 불편하게 느껴지긴 해요.”

쿠스코만 해도 성당이 14개가 있다고 들었다. 종교를 앞세워 문명을 파괴하고 집어삼킨 스페인 사람들이 얼마나 밉겠는가. 특히나 태양의 신전인 코리칸차위에 지은 산토 도밍고 수녀원(Convento de Santo Domingo )이야말로 잉카문명을 짓밟아버린 스페인 사람들의 잔인함의 상징이 아닐까. 

그렇게 대화를 이어나가다 마침 쿠스코 평균 택시비가 다시 궁금해져서 아주머니께 물어봤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택시기사 이야기를 했더니 아주머니는 '그들은 항상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라고 답하셨다.

 “나쁜 것들이 야. 시내에서는 3~4 솔(약 1100원)이면 다닐 수 있고 공항까지는 7솔(약 2100원)이면 가. 아무리 아-무리 많아봐야 10 솔(약 3000원)이야. 터미널에서 시내까지 얼마나 가까운데. 공항보다 훨씬 가까워! 15 솔(4500원)이라니 가당찮아!”

처음엔 10 솔이면 된다고 하더니 나중에 내릴 때는 잔돈이 없다며 20 솔을 달라고 하더라, 말도 안 된다며 말하니 15 솔로 깎아주겠다며 선심 쓰듯 말하더라고 하니 혀를 끌끌 차기도 하셨다. 

 "외국인이라고 그렇게 비싸게 받으니까 쿠스코 사람들 인식이 안 좋아지는 거지. 나중엔 그런 사람들 때문에 관광객이 안 올지도 몰라."

처음 터미널에 내려서 만난 택시기사 아저씨 때문에 페루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을 뻔했는데 쿠스코에서의 첫 음식이 맛있어서 그리고 좋은 사람과의 재미있는 대화 덕분에 페루의 첫인상이 다시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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