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냥, 이라는 그 두 글자는 사람들을 쿨(cool)함, 즉 겁나 멋있는 사람으로 만들기도하나 한편으로는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만들기도 충분하다.
책임감은 뭘까, 단어 사전에 찾아보았을 때 책임감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명사]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
맡아서 해야 할 임무,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라... 나에게 주어진 일을 놓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마음과 비슷한 말일까. 어쨌든 내가 생각했던 책임감이라는 것은 후자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끝까지 맡은 바를 성의 있게 마치는 것. 그것이다.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무언가를 도모하는 일을 함께 하는 어떤 사람 때문이다.
이것을 소재로 하여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했던 것은 어언 한 달 전이었다. 지난 일요일에 본시험을 위해서 그동안 정신없이 강의실, 도서실을 오가며 공부가 주된 생활을 했었지만 그것에 더하여 해야하는 과업은 산더미였다. 특히나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은 나를 포함한 4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작성해야 하는, 졸업 전에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아주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이다.
그들 중 한 사람이 갑자기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었다. 같이 해보자고 얘기했던 그 순간에도 좋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해보자,라고 얘기했던 사람이 시작하고 일주일도 채 넘지 않은 기간 내에 '하기 싫다.'라고 통보를 해버린 것이다. 그땐 이미 참여자 4명의 정보를 작성하여 제출한 상태였고 주제 또한 정하여 정보도 무지막지하게 많이 뽑아놓은 상태였다. 그 말에 나는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답은 그냥, 그냥이었다. 그. 냥.
그냥이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동전 뒤집 듯 쉽게 말을 바꾸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아무 이유 없는 번복이라니. 혼자 일을 하는 것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상황은 다르지 않은가.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하는 것이고 애초에 시작 전에 하고 싶지 않다고 의견을 줬다면 다른 사람이 그 대신에 함께 했을 것 아닌가. 그리고 며칠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책임감 없는 행동과 말을 보고 들었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아, 진짜 그 정도인 사람이구나.
나는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었다. 유달리 똑부러지는 성격의그 사람에게 기대를 많이 했건만... 나는 항상 사람들에게 내 기준으로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상대방을 생각할 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그들에게 하는 많은 의지는 결국 마지막엔내가 더 힘들다. 그런 걸 또다시 알아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