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서 Sep 10. 2016

가족



엄마를 닮아가는게 나는 두렵다.

-


2014년 한 해를 휴학하는 동안 고향에서 살아가면서 나는 우울한 생활을 반복했다.우울감에 빠져있던 나 또한 누군가 나를 봤 을 때 한참 빛나도 모자랄 어린 여자애가 이렇게나 빛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두침침했었고 심지어 말하는 투에도 가시가 돋혀있었다. 

엄마는 그런 내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오로지 나, 자기자신을 믿으라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뭐든 다 해결해 줄것이니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고. 지나면 다 괜찮아질것이라고. 혼자서 힘들어하던 그 시기에 나는 엄마와 누구보다 친해졌고 그 누구보다도 깊게 엄마를 관찰할 수도 있었다. 내가 한없이 의지할 수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엄마는 강한척 하는 여린 여자였다. 그리고 그런 엄마의 언어에는 부정적인 단어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 또한 알게되었다. 어쩌면 그 부정적인 단어들은 엄마, 본인은 다른 이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다, 본인조차 알지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나약한 사람이지만 강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아는 이유는 내가, 요즘의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엄마를 닮아가는게, 나는 두렵다.

물론 엄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여리면서도 한 편으로는 휴화산처럼 화가나면 물, 불 가리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나의 언니들, 겉보기에는 안정적이고 차분한 첫째언니도, 누구보다도 냉철해보이는 둘째언니도, 본인들은 현재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알게된 날은 바로 3년 전  어느 날, 첫째언니의 심리상담치료에서 알게된 결과였다. 자녀는 부모를 보고 닮아가는데 언니들은 자신들이 불안정한 상태의 아빠와 엄마, 위태로운 두 사람의 관계와 집안 어른들을 보고 자랐기에 자신들도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엄마에게 예전부터 쌓아뒀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그녀에게 사과를 받았다.

이렇게만 얘기하니 짧고 간단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 3년이라는 시간을 종합하자면 이렇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사과를 받는 것으로 언니들이 안정을 찾았다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상처는 아물어야하고 그래도 흉터는 지기 마련이니까. 어떻게 마음을 관리 하느냐에 따라 흉터의 크기와 진함이 달라질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곰곰이 생각해봤었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의 사과를 받으러 두 자매가 거실에 앉아있었을 때 나는 그 상황을 피했다. 엄마보다 나는 아빠한테 사과 받고싶다고 하면서. 그 말에 엄마는

 "이제와서 뭐해, 사과할 사람도 없는 걸. "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 그냥 그 공간에서 나와버렸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엄마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고 엄마도 내게 많이 의지 하는 편이다. 그것은 예전에 아빠가 나를 세 자매 중에서 제일 예뻐했다는 말을 들은 후 부터였을것이다. 엄마는 내게 위태로운 언니들처럼 자신의 속을 썩이지 말라는 말을 했었다. 나는 알겠다고 했고, 그 때부터 나는 누구보다 엄마의 편이었다.

 "조신하게, 차분하게, 엄마 욕 먹지 않게 행동해."

어렸을 때부터 그런 말을 들어왔기 때문일까, 어린 나에게는 책임감이라는게 생겨났었다. 나는 셋째지만 마치 내가 아빠 대신인 것 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빠가 내게 당신의 책임감을 대신 심어주고 떠난건 아닐까. 어린 나의 양쪽 어깨 뿐만이 아니라 팔, 다리에도 쇠줄로 묶여 있는 큰 돌덩어리를 얹어놓고간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단지 아빠가 날 제일 좋아했다는 그 말만으로.


그리고 언젠가 내 친구 중 한 명이 나에 대해서 얘기해줬을 때,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있어서 놀란 적이 있었다.

 "강한 척을 한다."

쉬이 상처받지만 강한 척을 한다고 했다. 그런가, 싶었는데 요즘 내가 하는 행동과 말투에서 느껴졌다. 내 언어에는 부정적인 단어도 꽤 많이 섞여있었고 그게 어쩌면 나 자신조차 알지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나약한 사람이지만 강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엄마처럼.

그렇게 엄마와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요즘이다. 그게 그렇게 두렵다, 요즘엔.



+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엄마에게 자랑스런 딸이 되고 싶었고 되고 싶다.

그렇게 내 삶을 잘 살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모두를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분명 있다.

어쩌면 나는 언니들에게도 사과를 받고싶고, 엄마에게도 사과를 받고싶고, 아빠에게도 사과를 받고싶고, 할머니, 동생, 이모부, 그리고 어렸을 때 나를 힘들게 했던, 한 때는 친구들이었던 그 아이들에게도 사과를 받고싶은 것이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이 제일 무섭기도 하다.


그냥,

내 온 몸이, 온 마음이 상처투성이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솔직함을 대하는 친구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