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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Mar 30. 2017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상처를 주고받는다는 건 당연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야 나는 비로소 언젠가는 내 사람들도 날 떠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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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5명의 대학 친구가 있다. 2016년에 만나 마치 '우리는 만날 때마다 시트콤을 한 편씩은 찍는 것같다.'느니 '응답하라 2016'이라느니 그런 말을 주고받는 친구들이다. 지금의 나에겐 둘도 없을 그런 친구들. 어린 시절에 내가 많이 의지했던 아이들과는 달리 지금의 그 친구들에겐 의지를 해도 아무도 무어라 하지 않고 오히려 다독여주거나 혹은 장난을 치거나 하는 그런 친구들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 친구들 중 한 명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A : [오후 11:25] 한서
나 : [오후 11:26] ㅎㅇ
A : [오후 11:26] 가끔 이 생각하지 않아?
나 : [오후 11:26] 왓
A : [오후 11:26]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잘 지낼까?라는 생각
나 : [오후 11:27] 그런 생각은 들지 항상.
A : [오후 11:27] 나는 그게 너무 싫어
나 :  [오후 11:27] ㅋㅋㅋㅋㅋㅋㅋ
A : [오후 11:27] 항상 그래 왔어 나는 진짜, 나는 항상 정을 다 주고, 근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 미국에서도 그렇고. 군대에서도 그렇고
   [오후 11:28]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서 그게 너무 싫어
나 : [오후 11:28] 떠날까 봐 두려운 건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A : [오후 11:28] 내가 친하다고 정을 다 준 사람들이 처음에는 연락 잘 하다가, 점점 멀어져 가.
      [오후 11:29] 근데 나는 보내기 싫은데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다들 떠나.
나 : [오후 11:29] 나도 그랬었어.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마음을 많이 줬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또 그게 아니었나 봐. 그게 다 사람 사는 거지 뭐.
A : [오후 11:29] 우리도 그런가?
나 : [오후 11:30] 다들 자기 자신을 조심하면 될 거 같아.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 마음을 닫게 되어있어. A도 군대에서도 그렇고 미국에서도 그렇고, 나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테지만 나도 사람들 만나고 헤어지고
      [오후 11:31] 사람들에게서 상처받고 그런 적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면 내 잘못이 컸던 것도 있고 그 사람들이랑 나랑 안 맞고 그랬기 때문에 떠났다고 생각해.
      [오후 11:32] 근데 그런 거 하나 둘 생각하기 시작하면 내가 나를 의심하기 시작해. 그러다 상대방한테 괜히 상처 주고 떠나가게 만들어 버리지. 그게, 내가 떠나가게 만드는 거일 수도 있더라고.
A : [오후 11:32] 그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다들
나 : [오후 11:32] 물론 그 사람이 내가 싫어서 떠난 거일 수도 있지만, 괜찮아. 그런 의심을 하지만 않으면 돼.
A : [오후 11:33] 그런 상처가 두려워. 아직 어린가 봐
나 : [오후 11:33] ㅋㅋㅋㅋㅋ 사람 사는 게 상처 주고 상처받고 그런 거지, 뭐
A : [오후 11:33] 당연한 건데 그런 상처받기가 싫어..
나 : [오후 11:33] 다 싫어. 누가 상처받는 걸 좋아하겠어. 그게 또 고민이었군!
A : [오후 11:34] 아니,  갑자기 그냥 요즘 들었던 생각. 내가 여러분들을 너무 많이 의지 하나 봐. 떠나보내기 싫고 힘나고.
나 : [오후 11:34] 다들 의지하고 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오후 11:35] 근데 그런 건 있더라. 어렸을 땐 내가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의지를 많이 한 거야, 걔들은 아직 어린데. 내가 너무너무너무너무 기대를 많이 한 거야. 그래서 떠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오후 11:36] 근데 지금은 그 강도를 알아서, 상대방도 그걸 버텨줄 정도가 되어서, 나는 거기까지만 의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 아마 A도 그럴 걸. 우리 모두 다 그래. 의지를 하는데 내 다리가 없지는 않아.
      [오후 11:37] 내 다리는 있어서 나 혼자도 버틸 순 있지만 의지 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더 힘이 나는 거 같아. 인정?
A : [오후 11:37] 응 맞아. 그렇긴 하지
나 : [오후 11:37] 명언이 쏟아지는군
A :  [오후 11:37] ㅋㅋㅋㅋㅋ
나 : [오후 11:37] 간만에 좋았다
A : [오후 11:37] 근데 진짜 모두에게 기대고 싶은가 봐.
나 : [오후 11:38] ㅋㅋㅋ 모든 사람들은 다 그런 거 같아
A :  [오후 11:38] 잘 맞고 그러니까 재밌고 힘나고
나 : [오후 11:38] ㅋㅋㅋㅋ 그렇지 뭐~
A : [오후 11:38] 뭔가... 아쉬워
나 : [오후 11:38] ㅋㅋㅋㅋㅋㅋ 이대로 좋으면 된 거야
A : [오후 11:38] 사는 게 뭔지 참.
나 : [오후 11:38] 말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지가 되는 거야.
A : [오후 11:38] ㅋㅋㅋㅋㅋㅋ
나 : [오후 11:3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힘들 내소.
A : [오후 11:39] 무튼 난 여러분들을 의지 합니다
나 : [오후 11:39] 그래!! 의지해라!
A : [오후 11:40] 넵넵
나 : [오후 11:40] ㅋㅋㅋㅋㅋㅋㅋ 힘을 냅시다~  조만간 봅시다잉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잘 지낼 까.'


그 메시지를 읽는데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마치 또, 나는 또 누군가를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그런 불안감이 갑자기 엄습해왔다.

어렸을 땐 상처를 주고받고 하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았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내가 친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무릇 이것은 아빠의 부재가 낳은 것이라고도 생각하지만 어린 시절에 겪었던 친구들의 배신은 내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특히나 친구들이나 내 마음을 다 준 사람들이 나를 떠나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내겐 세상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사람들과 내가 상처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내게 지옥을 선택하는 것과도 같았다.

 '내가 친했던 사람들이 떠나가고 내가 상처받는 게 싫어.'

A의 말에 나는 오히려 이 친구가 나랑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지금껏 내가 겪어왔던 것들을 토대로 A를 다독여 주고 싶었다.

나도 사람들에게서 상처를 받은 적이 많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100% 그 사람들의 잘못은 아니더라. 내 잘못도 분명히 있었고 그 사람들이 날 떠난 건 그들이 나랑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렵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내가 나를 의심한다. '내가 그 사람들에게 맞지 않은 사람인가?' 그래서 괜히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주기 전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먼저 주자, 선수 치자! 그런 생각을 하고 떠나가게 만들더라고. 그리고 나도 어렸을 때 친구들에게 너무 많이 의지를 했는데 그 친구들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오히려 그 당시엔 내가 부담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그 애들이 떠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지금의 나 또한 너희들을 만나서 너희들에게 의지를 하지만 상대방이 버틸 정도의 강도로 의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상대방도 그걸 버텨줄 정도로 강한 사람들이라는 걸 안다고. 예전에 난 두 다리마저 없었지만 지금은 다리가 있기 때문에 혼자서 버틸 수도 물론 있지만 여러분들에게 의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잘 서 있을 수 있는 거라고.

메시지의 대화는 횡설수설했지만 결국 정리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잃고 싶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떠나갈까 봐 두려운 법이다. 그럴수록 내가 나를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럴수록 더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나는 이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오늘에야 깨달았다. 어렸을 땐 내 사람들은 날 죽을 때까지 사랑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삶을 살아가면서 그 사람들과 나 사이에서 상처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과 그로 인해서 언젠가는 사람들이 떠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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