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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Mar 17. 2017

요즘



다 똑같겠지, 모든 취준생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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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 이랬던가.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선택한 것들이 삶을 조금씩 변화시킨 것을 요즘 들어 아주 많이 느끼고 있다. 그것은 부정적인 부분보다도 아주 아주 긍정적인 면이 크다.   

 며칠 전엔 교육을 듣고 왔다. 국제개발협력과 관련된 교육이었는데 문득 한비야처럼 '그래, 나는 긴급구호요원이 될 거야! 꼭 월드비젼같은 곳에 들어갈 거야!'라는 생각을 했던 고등학생 시절 내가 떠올랐다. 그 교육을 들어보자는 선택은 어쩌면 학창 시절에 내가 이뤄내지 못했던 선택을 떠오르게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 듯 나도 내가 어떤 걸 '잘'할지는 몰랐지만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는데 나의 꿈은 크게 두 가지로 갈렸었다. 그 중 하나가 위에 언급했던 내용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다. 전자는 학창 시절 내내 마음속에 꿈틀거리고 있었던, 내 나름에 구체적인 꿈이었고 후자는 공연에 관심이 있어서 1년간 극단 생활도 했었던 내가 어찌어찌하다 가족들에게 등 떠밀려 경영학과에 들어오고 마케팅에 대해 공부를 해본 이후에 구체화시킨 꿈이었다. 두 가지는 모두 너무 상반된 꿈인지라 나조차도 헷갈렸었다. 그러다 대학에서는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내가 꿈꿔왔던 두 가지 중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더라는 것이다. 최근까지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다. 정말 무작정 돈을 많이 버는 것. 정말 꿈같은 꿈을 꾸고 있었더랬다.


졸업을 하고 그리고 최근까지도 어쩌면 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남들이 흐리게 만들어 놓은 길을 마치 내가 개척한 것처럼 살아왔었다.

나는 어른들의 말이 마냥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서도 또 다른 꿈이었던 국제개발협력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할 새도 없이, 다만 지금 이 길이 내 길이라 여기면서 묵묵히 공부했었다. 사실 유니세프에 매달 후원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으로 나름 혼자서 타협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길은 내 길이 아니야.'


그러다가 졸업을 했다.

한 동안 소속감이 없다는 것에 힘들었고 넌 뭘 할 거니?라는 어른들의 질문에 내가 하고자 하는 직무에 대해 또렷이 '어디에서' 이 일을 펼치고 싶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러는 사이 교육이 있다는 공고를 보았고 이끌리듯 신청하게 되었다. 처음엔 정말 궁금해서 신청을 했다. 별 다른 생각 없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수강해보자, 그런 생각이었다. 솔직히 도서관에서 하루만이라도 빠져나와보자... 뭐 그런 생각도 없진 않았다. 매일매일이 똑같은 취준생의 하루. 뚜렷한 목표 없이 할 일은 많은데 끝은 보이지도 않는, 그런 하루에 양념이 필요했다. 딱히 진중하게 필기를 해가면서 들을 필요 없을 교육이겠거니 싶어서 다른 준비 없이 마치 이야기를 듣듯이 가볍게 들어봐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아차... 문득 고등학생 때 내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긴급구호요원이 될 거야! 꼭 월드비젼같은 곳에 들어갈 거야! 그런 생각을 하던 어린 내가 떠오르면서 자꾸만 교육내용과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이다. 언제부터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했던 걸까. 나는 그저 내 인생의 목표가 애초부터 '돈과 성공'이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던 내 현재의 모습이 자꾸만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것 또한 돈을 쫓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 의문도 드는 것이다. 그 교육은 마치 막연한 목표를 가진 현재의 나에게 던져준 선택지 같았다. 내가 만약 이 교육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또 막연하게 더 높은 영어점수를 위해 공부를 하고 높은 연봉을 받는 기업을 찾아서 자기소개서를 썼을 테지만 교육을 신청하고 들으러 감과 동시에 어쩌면 그 선택은 학창 시절에 내가 이뤄내지 못했던 선택을 떠오르게 했고 그래서 지금 나는 그런 막연함에서 벗어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문구가 교육 중에 언급되었다.

나는 여태껏 나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살아왔다고는 했지만 정작  인생의 큰 주류는 타인의 욕망을, 특히나 엄마나 가족들의 욕망을 욕망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경영학과에 들어온 것은 가족들이 나에게 '넌 경영학이 어울려!'라고 말했기 때문에 선택하였던 것이고 어쩌면 지금 내가 공부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 또한 엄마의 말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시작했던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남은 나의 80세,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진짜 내가 욕망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옳겠다는 판단이 서기 시작했다. 물론 남들의 욕망을 따라서 공부했을 때 절대적으로 후회하진 않았고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 또한 나만의 무기가 될 수 있으니 나름 진지한 편이다. 따라서 이 지식을 '어디에서' 펼칠지를 선택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것을 오로지 나의 인생의 행복을 위해서 나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 즉, 이제는 나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 이랬던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선택한 것들은 확실히 내 삶을 조금씩 변화시켜왔다. 여차 저차 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고 그 선택은 항상 옳았다. 그리고 교육을 들으려 한 그 순간의 선택도 올 한 해를 변화시킬, 아니 어쩌면 내 인생의 전반을 바꿔줄 선택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매 년 나에겐 꼭 하나씩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선택이야말로 내 인생의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행복했다.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은 들었지만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나름 진지한 목표가 생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국엔 그렇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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