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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올라프 Sep 23. 2020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고민인 당신에게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답이 나온다.

"직장생활이 너무 괴로워. 정말 이 일을 평생 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내가 뭘 잘하는지 도저히 모르겠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어." 


살다 보면 주변 사람들의 이런 푸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사실 주변 사람들까지 갈 필요도 없다. 당장 나부터도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으니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이따금씩 미래에 대한 고민과 회의감이 심하게 몰려오면서 겪는 '현실 자각 타임(현타)'은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게 되는 경험인 듯 하다.


현타가 세게 오는 날엔 회의 가득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퇴사의 욕구가 솟구친다. 가뜩이나 직장생활이 지치고 짜증 나는 데다가 이 일을 평생 하지는 못하겠다 싶어서 서랍 속 깊이 넣어둔 사표를 꺼내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어떤 일을 제일 잘하는지를 차분히 생각해보고 답을 내리지 않는 이상, 퇴사 후 다른 일을 시작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같은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생각해보려고 해도 내가 무엇을 좋아했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 치이며 살다 보니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설렜던 감정조차 희미해진 것이다.


만약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를 때 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돌아보는 것이다.


과거는 머릿속 기억으로 남아있을 때가 아니라 재해석될 때 비로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어릴 때 어떤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어린 시절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서 어떤 일에 순수하게 몰두할 수 있는 시절이자 사회의 기대와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 6월 초 '한달'이라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한달자기발견'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한달자기발견은 과거 자신과의 대화, 10년 후 나와의 대화, 나의 과거 연대기,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 등 한 달 동안 주어지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나를 발견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릴 적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다른 아이들이 장래희망 란에 의사나 변호사를 쓸 때 화가, 작가를 적어내던 소녀였다. 가족들이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나는 같은 건물 윗층 서점에 가서 책을 읽곤 했다. 외할아버지 댁에 가면 할아버지 책상 위에 있던 A4 용지 이면지와 볼펜으로 그림을 그렸다. 여가시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보다 혼자 책을 읽거나 만화 그리는 걸 좋아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항상 책을 읽거나 무언가를 그리는 아이였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은 어릴 적 좋아하던 활동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어른들의 바람대로 법학과에 진학했고 안정적이고 괜찮은 직장이라고 해서 은행에 들어오게 됐다. 어린 시절 내내 장래희망 란에 단 한 번도 변호사, 은행원을 적은 일이 없는데 나의 성향과 관심사와는 다르게 흘러온 나의 모습에 씁쓸할 때가 많았다. 마음 속에 뭐가 얹힌듯 답답한 느낌이 지속됐다. 


나는 한달자기발견을 하면서 어린 시절에 꿈꾸던 작가의 꿈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다시 꺼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나의 모습에서 꿈을 찾아내고 과거의 기억을 재해석하게 되면서 나는 앞으로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할 수 있었다. 작가의 목표를 실현해줄 세부 단계로 브런치에 도전해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과거를 재해석하게 되면서 그동안 힘들기만 하고 별 의미없이 느껴지던 은행 생활을 나의 이야기 소재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은행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어린이 금융 교육 실천방법에 관한 전자책을 써서 수익을 얻기도 했다.


대단한 업적은 아닐지라도 최근 내가 이룬 일련의 작은 성과들은 오랫동안 목표 없이 공허했던 마음에 충만한 기쁨과 자유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비로소 내가 나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기분이었다.  이 모든 게 내가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면서 오랜 시간 마음속에 묻어두고 잊고 지내던 지난날의 꿈을 발견하고, 다시금 새로운 목표를 세우면서 만들어낸 긍정적인 변화이다.


일단은 작고 가볍게 하나씩 시작하자.


어린 시절 좋아했던 일이라도 오랜 시간의 공백을 깨고 다시 시작하려고 하면 문득 겁이 날 수도 있다. 나도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고 그림 그리기를 15년 만에 다시 시작할 때 두려움이 앞섰다. "그냥 하면 돼"라는 말을 들어도 자꾸 마음속으로 '나중에. 지금은 부족해'라는 말로 나 스스로가 나를 단념시켰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해내고 다시 시작하려고 할 때 마주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지나치게 잘하려는 마음이다. 일단은 가벼운 마음으로 하나씩 차근차근 해보면 된다. 취미로 가볍게 시작하면 즐기게 되고, 즐기다 보면 잘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즐기고 잘하는 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쁨을 맛볼 수도 있다. 만약 혼자 시작이 어렵다면 나처럼 다양한 커뮤니티의 힘을 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왠지 마음이 공허한 느낌이 들거나 마음속 열정과 꿈을 잃은 것 같다면 어린 시절을 돌아볼 것을 추천한다. 내가 나의 유년기 기억을 되짚어보면서 '맞아. 난 책을 정말 좋아해서 작가를 꿈꿨었지.' '내 장래희망이 화가였구나.' 문득 깨닫게 된 것처럼 당신도 과거에 묻혀있던 꿈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어린 시절의 꿈이 자신을 발견해주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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