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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올라프 Oct 13. 2020

나는 섬세한걸까 과민한걸까?

섬세함과 과민함의 차이


 너무 예민한  아닐까?'


성격이 무던하지 못하고 예민한 편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이다.


나는 성격이 섬세하고 예민한 편이다. 나는 기분이 상하는 상황이나 말을 남들은 하하호호 잘 웃고 넘기는 것처럼 보인다. 가끔은 내가 둥글지 못하고 너무 뾰족한 사람처럼 느껴지고 내 자신이 버거울 때도 많다.


섬세하다는 것은 자칫 시간 속에 무심히 흘려보낼 수 있는 세세한 감정들을 포착해내고 음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음이 상한 사람들을 다독이고 위로를 건넬 수도 있다.


하지만 섬세함이 지나치면 스스로의 감정을 갉아먹기도 한다. 감정을 지나치게 깊이 파고들면서 온갖 부정적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행여나 상대방이 나의 콤플렉스나 트라우마를 건드리면 상황의 객관성을 간과하고 상처를 더 깊게 덧내기도 한다.


이럴 때 섬세함은 과민함으로 바뀌며 나의 생각과 정신을 황폐하게 하는 독으로 작용한다.


사실 섬세함과 과민함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보는 사람이 해석하기 나름이다. 그만큼 경계가 굉장히 모호하다.


섬세하다와 과민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섬세하다: 1. 곱고 가늘다.

               2. 매우 찬찬하고 세밀하다.


과민하다: 감각이나 감정이 지나치게 예민하다.

섬세함과 과민함의 미묘한 경계선은 무엇일까?

‘과민하다'의 정의에서 '지나치게'라는 말의 기준은 무엇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나 나름대로의 기준점을 정해보았다.


1. 섬세함은 타인 지향적이지만 과민함은 자기중심적이다.


섬세함은 타인을 향해 있지만 과민함은 나에게 매몰되어 있다. 과민해지는 순간을 떠올려보면 상황 인식이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인 면에 치우쳐있다. 물론 사람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에 상황의 객관적인 면보다는 주관적 감정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사람은 주변을 둘러보고 상황을 객관화할 줄 안다. 반면 과민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만 매몰되어서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다.


2. 섬세함은 마음의 여유가 있지만 과민함은 마음속 여유가 없다.


1번과 일맥상통하는 특징이다.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말은 곧 타인을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있다는 말이다. 과민한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빡빡함이 느껴진다. 마음속에 자신의 감정 하나 담기에도 벅찬 것이다.


3. 섬세함은 현재 지향적이지만 과민함은 과거지향적이다.


어떤 일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대부분 과거의 상처와 연관이 있다. 누군가가 나의 콤플렉스를 건들거나 어릴 때부터 형성되어온 자아상과 대치되는 현상을 마주할 때 우리는 과민 반응하게 된다. 섬세함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과 상황에 집중하지만 과민함은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과 상처에 집착한다.


그렇다면 과민함을 섬세함으로 바꾸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감정의 늪에 빠져서 힘이 들 때는 생각을 잠시 멈추고 제삼자의 눈으로 나의 감정을 관찰해보자.


잠시 숨을 고르고 나를 기분 나쁘게 한 상황을 관찰한다면, 상황이 내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는 것과 대부분의 경우는 상대방이 일부러 나를 상처 입히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나의 감정에 맞춰져 있는 초점이 타인을 향하도록 살짝 바꿔보도록 하자. 마음속 시선의 방향이 어느 곳을 향하는지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조율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감정까지  배려할 수 있게 되고 나의 상처를 쓸데없이 깊게 파고드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나의 예민함의 레이더가 나 자신만을 가리키고 있을 때 '멈춤'과 '관찰' 두 단계를 거치면, 발버둥 칠수록 더욱 깊어지는 생각의 늪에서 헤어 나오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의 감정을 섬세하게 감지해낼 수 있다는 것은 타인의 감정 또한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놀라운 잠재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나의 감정으로 집중하게 되는 마음속 볼록렌즈를 타인과 주변 상황을 아우를 수 있는 오목렌즈로 바꾼다면 좋겠다.

마음속 렌즈 변화 하나만으로도 부정적인 과민함을 긍정적인 섬세함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말보다는 글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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