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돈 걱정 없이 뷰가 좋은 집을 사고 싶다.
10월 12일 월요일, 일 년 삼 개월의 미국 LA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우리 부부는 작년 5월 결혼 이후 2개월 뒤에 미국행이 예정돼 있어서 따로 신혼집을 구하지 않았었다. 자가격리를 할 장소로 한강뷰가 보이는 마포 쪽 에어비앤비에서 묵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묵는 에어비앤비 숙소 창문으로 여의도 63 빌딩과 국회의사당 등 여의도 전경을 볼 수 있다. 한강에서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2주간 어디 나갈 수도 없이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답답할텐데 다행히 방에서 보이는 한강뷰가 정말 끝내준다. 다른 일을 하려고 소파에 앉아도 바깥에 보이는 아름다운 한강뷰에 마음을 뺏겨서 넋 놓고 보고 있을 정도다.
밤에 더욱 아름답게 펼쳐지는 한강뷰를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한강뷰가 보이는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
그동안 내가 원하는 집의 이상적인 조건은 두 가지였다. 집 앞에 도보로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있을 것, 교통이 편리할 것.
한강뷰 숙소에서 묵으면서 나는 하나의 조건을 더 추가하게 됐다. 집에서 보이는 경치가 한강뷰이거나 예쁜 시티뷰일 것.
꿈꾸는 집의 이상향은 하나가 더 늘었지만 귀국 후 한국에서 마주한 현실은 작년 7월 한국을 떠나올 때보다 훨씬 암울했다. 임대차 개정법으로 전세 씨가 말라 버렸고 그나마 남아있는 전세는 2년 전이면 집을 살 수도 있었을 가격까지 올라있었다. 매매값은 감히 넘볼 수도 없을 만큼 올랐다. 30년도 더 된 서울 아파트의 가격조차 10억을 넘으니 말 다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부모님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회초년생도 주택담보대출의 힘을 빌리고 차근차근 상환해나가면 내 집 마련이 충분히 가능했다.
지금은 집값을 잡는다는 명목 하에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30%까지 줄여서 대출도 막혔다. 대기권 밖으로 발사되는 로켓처럼 넘사벽으로 오르는 집값 때문에 영끌(영혼을 끌어모으다)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앞으로는 신용대출도 막는다고 한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우리 상황에서 남편과 나의 월급 수준으로 도저히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자가격리를 하는 2주간의 시간은 마치 진짜 현실로 복귀하기 전 준비기간 2주 같은 느낌이지만 벌써부터 현실의 압박이 슬슬 온다.
숙소 앞에 펼쳐져있는 한강뷰를 보면서 다시금 의지를 잡아본다.
나는 3년 안에 돈 걱정 없이 집 앞에 공원이 있고 한강뷰가 보이는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동안 귀국 준비로 소홀했던 재테크와 부업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세계 경제 흐름을 읽으면서 앞으로 다시 올 내 집 마련 기회를 잡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그날엔 에어비앤비가 아닌 나의 집에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한강뷰를 감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