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표현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을 '말'이라는 도구로 드러내기란 참 쉽지 않다.
일단 말재주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생각을 말로 전하는데 서툴다. 말에 오해 여지가 없게끔 명확하고 깔끔하게 말을 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축에 속하지 못한다. 생각이 영글기 전에 말을 내뱉고 후회할 때도 종종 있다.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의 특성상 말은 실수와 오해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하는 말이 온전히 내 의도대로 상대방에게 전달되기도 참 어렵다. 나는 A라는 뜻으로 말했는데 상대방은 B라는 뜻으로 알아듣는 경우가 생긴다. 같은 말이라도 사람의 성향, 말투에 따라 그 말을 받아들이는 느낌도 천차만별이지 않은가?
이런 이유로 세월이 갈수록 머릿속 생각은 많아지는데 입은 더욱 다물게 된다. 나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없어지지 않는데 말이다.
글은 말로 생기는 오해의 가능성을 줄여주면서도 마음속 표현 욕구를 충족해주는 좋은 친구이다.
말이 때때로 의도치 않게 상대방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면, 글은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다듬으며 '상대방에게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탄생하게 되는 글은 말로 생기는 온갖 오해와 실수의 가능성을 낮춘다. 말실수로 인간관계가 어그러지는 경우도 줄어든다. 종종 내가 한 말실수로 곤혹을 치르고 상대방이 별생각 없이 던진 말에 상처를 받아왔던 나에게 글쓰기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글은 각 사람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최고의 표현 도구이다. 사회에서는 일을 빈틈없이 처리해야 하는 조직의 일원이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나만의 독특함과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
내가 살아온 삶에서 얻은 경험과 느낌은 나만의 것이기에 다른 사람과는 차별화된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나의 '나다움'을 볼 때마다 보잘것없다고 느껴졌던 나의 존재가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나 아직도 여기에 잘 살아있어"하면서.
강원국 작가의 [강원국의 글쓰기] 책 표지에 '글쓰기를 배운다는 건, 내 삶을 잘 살고 싶다는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나는 살짝 문구를 바꿔보고 싶다.
‘글을 쓴다는 건, 내 삶을 잘 살고 있다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