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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올라프 Oct 05. 2020

친구 사이의 불편한 역학 관계

나를 헷갈리게 하는 친구와 선긋기

역학관계(力學關係)- '부분을 이루는 요소가 서로 의존적으로 제약하는 힘의 관계.'


'내가 뭐 잘못했나?'

‘엇.. 쟤가 나한테 왜 이렇게 차갑게 대하지? 내가 뭐 실수했나?’

(눈치 눈치)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한 게 없는데 나를 대하는 태도가 본인 기분에 따라 수시로 바뀌던 친구가 있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처럼 내게 잘해주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냉랭하게 대하면서 관계의 온탕, 냉탕을 밥 먹듯 왔다 갔다 했다. 친구에게 화가 난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하면서 항상 나를 헷갈리게 했다.  


그냥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사이도 아니었다. 꽤 가깝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갑작스럽고도 주기적으로 반복되던 태도의 변화는 나를 황당하게 만들곤 했다. 그럴때마다 나는 행여나 말실수를 하거나 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언행을 한 일은 없는지 나의 행동을 복기(復棋)해보곤 했다.


신기하게도 친구의 냉담함은 머지않아 사라지고 평상시의 태도로 돌아왔다.


그러면 난 '내가 예민했나 보다.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걔가 피곤했거나 말못할 무슨 일이 있었겠지'라고 맘을 놓았다.


항상 혼자 별의별 생각을 하며 나의 행동과 말을 되짚어보다가 안심을 하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대체 왜 그러는거니??

본인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얼음장처럼 냉랭하게 대하면서 '내가 뭐 실수했나' 걱정하게 만들었다가, 다시금 아무렇지 않게 대하며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느끼게 만드는 친구의 태도에 진절머리가 났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처럼 느껴지는 친구와의 불편한 관계에 나는 서서히 지쳐갔다.


물론 가끔 기분이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가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 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패턴이 한두 번이 아니고 자주 반복되었다는 점이다.


냉담한 태도의 가해자(?)인 그 친구 입장에서는 별 의미 없이 본인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서 행동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냉담함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나는 친구의 변덕스러운 태도로 하루 기분을 망칠 때가 많았다. 정신적으로도 피곤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안 그래도 세상에 신경 쓸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내 의사와는 관계없는 상대방의 일방적인 냉탕 온탕 패대기 퍼레이드에 휘둘려야 한단 말인가!

나는 이제 본인 기분에 따라 나를 대하는 태도가 수시로 바뀌는 친구에게 선을 긋기로 결심했다. 일관되지 않은 행동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나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었다. 시기에 따라 곁에 두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달라졌다.


지금은 그 친구와 연락하고 지내지 않는다. 그 친구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면 내가 휴직 후 미국에 있는동안 한번쯤은 연락이 왔을 법도 한데 감감무소식이다. 내 생일날엔 그 흔한 카톡 축하도 없었다.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 친구는 새로운 베스트 프렌드와 잘 지내는 중이라고 한다.



만약 당신이 관계에 있어서 본인의 행동을 먼저 돌아보는 사람이고 나처럼 친구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모한 적이 있다면, 그건 상대방이 당신의 기분을 그만큼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증거다. 그런 사람들에겐 당신의 소중한 정신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다.


나를 소중히 여겨주고 존중해주는 사람에게는 한결같은 사람이어야 하지만 나의 감정을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천사일 필요는 없다.

 

이 글을 읽으면서 특정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친구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역학관계는 분명 존재한다.


자신의 기분 변화를 광고하며 일관되지 않은 태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눈치밥과 불편함을 안기는 사람에겐 냉탕, 아니 얼음탕을 선사해주자.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해주자.

“내가 네 호구야? 내가 만만해? 네 기분에 따라 나를 함부로 대하지 말란 말이다! 파씨블! 이제 네 감정 변화에 따라 내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일은 없을거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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