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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올라프 Aug 14. 2020

욕을 욕같지 않게 하는 방법

"오! 파씨블!!"

서비스직에 종사하면서 화나는 일이 생길 때마다 내가 외치는 단어가 생겼다.

바로 "파씨블"이다.



나는 대고객 업무를 하면서 지금까지 민원을 여러 번 받았다.

민원 중 일부는 명백한 나의 업무 미숙으로 발생했지만,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 고객님께서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민원을 넣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안 되는 업무를 해달라고 하기 위해서 직원에게 불리한 거짓 스토리를 지어 내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의 단점은 아무리 고객님께서 불합리한 요구를 할지라도 들어줘야 할 때가 있다는 점이다. 보통 민원은 그 자체로 지점에 감점이 적용되고 소비자보호센터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해결 과정이 귀찮다. 그래서 같은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민원 받은 직원의 억울한 사정을 공감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연차가 쌓이고 이렇게 속 터지고 화가 나는 일도 쌓이게 되면서 나는 점점 욕이 늘게 됐다.

애꿎은 복사기에 화풀이를 하면서 욕을 하기도 했고 금고에 숨어서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억울한 마음에 심장이 쿵쾅쿵쾅 거려서 화장실에서 한동안 나오지 못했던 적도 있다.



민원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욕을 하면서 부정적인 기운을 내뿜는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다.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닌 민원에 대해서는 내가 이렇게 부정적인 기운을 느낄 필요가 없잖아? 욕할 필요도 없어. 그냥 훌훌 털어버리자.'라고 다짐했다.

.........

하지만 억울하고 화난 마음이 단순히 의지로만 다스려지진 않았다.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이너 피스!"를 외칠 수 있는 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에겐 뭔가 시원하게 내지를 말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말이 바로 '파씨블'이다.


파씨블(possible)은 영어로 '가능하다'라는 뜻이다. 뒷 음절의 어감은 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뒷 음절의 강한 발음을 내뱉으면서 욕을 할 때의 속 시원한 효과를 보면서 '가능하다'라는 긍정적인 뜻의 단어를 입으로 말하는 효과가 있다.  욕이 아닌데 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참 기특한(?) 단어이다.


정말 화가 났을 때 십 원짜리 욕을 하는 대신에 의식적으로 앞에 "파"를 붙여서 "파씨블!!"이라고 외치니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지면서 기분이 누그러졌다.  "오! 파~씨블!!!" 이라고 외치면 속이 시원해지는 데다가 '나는 이런 것쯤은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어! 괜찮아!'라는 영어의 possible의 의미도 되새길 수 있어서 좋다.


나처럼 서비스 업에 종사하면서 가끔 진상 고객을 마주하는 사람들, 이해할 수 없는 상사의 행동에 대해 화가 나는 사람들, 서비스직을 떠나서 그냥 불합리한 사회에 욕을 퍼붓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번 사용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파.씨.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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