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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올라프 Dec 16. 2020

내 집 마련을 위한 신혼부부의 고군분투기

내 평생 집 한 채 마련은 할 수 있을까?

요즘 집 가격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연신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10억이 무슨 이웃집 아기 이름이 되어버린 시대다.


우리 부부는 10월 중순 미국에서 돌아온 후 벌써 두 달째 시댁에서 지내면서 살 집을 찾고 있다. 작년 5월 결혼 후 남편의 해외연수차 신혼집을 마련하지 않고 곧바로 미국으로 갔던 터였다.

남편과 내가 미국 LA에서 긴 신혼여행을 즐기던 1년 반 동안 서울 집값은 너무 뛰어버렸다.


하필이면 귀국 시기도 임대차법 개정 이후였다. 임대인들은 앞으로 마음대로 올리지도 못하는 임차보증금 2년 치를 미리 올리느라 전세가는 가파르게 올랐고, 기존 전셋집에 살고 있던 세입자들은 전세기간을 연장하느라 부동산 시장에 전세매물이 대폭 줄었다. 집값을 잡는다는 명목 하에 정부가 매번 내놓는 가계대출 규제는 오히려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부부는, 있는 돈 없는 돈을 그러모아서 울며 겨자 먹기로 ‘영끌’ 매수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전세를 들어가야 하는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남편과 나는 최고의 명문대를 졸업했고 둘 다 번듯한 직장에 속해있는 자타공인 모범생들이다. 하지만 요즘 마주하는 현실을 보면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보람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나보다 열심히 살진 않았지만 부모의 경제적인 지원을 빵빵히 받아서 자기돈 하나 안 들이고 집을 마련한 친구들, 일찌감치 부동산 투자에 눈을 떠서 시세차익을 많이 본 사람들, 하다못해 나보다 4-5년 일찍 결혼해서 대출 규제 전 주택담보대출을 70프로까지 받아서 이미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은행 동기들.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낀다.


아무리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시장의 유동자금이 실물 자산인 부동산에 몰리는 상황이라고 해도 한 달 전보다 집 호가가 1-2억이 오르는 일은 비상식적이다. 사치하는 일 없이 착실하고 열심히 살아온 청년들이  적어도 입사 4-5년 차 때 즈음이면 부채를 어마어마하게 지지 않고도 내 집 한 채는 거뜬히 마련할 수 있어야 정상 아닐까?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 내가 좋아하는 독서와 글쓰기도 마음 놓고 하질 못한다. 어느 일에도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우리 부부는 오늘도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네이버 부동산의 호가와 호갱노노의 실거래가를 보면서 이미 마음이 지쳐버린 상태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의 노동가치가 부동산 가치보다 훨씬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일을 해나간다.


오늘 나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로또 한 장을 산 채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보금자리 #내집마련 #신혼부부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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