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 치유소
일기장에는 나의 기분과 감정 한두 줄 정도만 적고 끝이 날 때가 많다. 내가 손님 20명을 빼는 동안 손이 느린 옆 직원은 하루 종일 손님 2명만 땡겨서 스트레스가 치솟는 날에는 일기장에 욕을 한 바가지로 적어놓기도 한다. 나만의 의식 흐름대로 글을 쓰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탄식과 의성어도 난무하다. 자세한 설명도 없다.
일기장 속 글 자체만 보면 굉장히 불친절하고 자기중심적이지만, 글을 신나게 휘갈기다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효과가 있다.
한마디로 일기장은 나의 ‘감정 해우소’다.
블로그나 브런치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 이야기를 타인에게 들려주고 그들로부터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타인을 위한 글쓰기의 첫 시작은 학창 시절 적었던 일기이다. 지금에야 일기장이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지만, 일기장 검사를 받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항상 내 글을 읽게 될 담임선생님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었다.
당시엔 보여주기식 일기가 괴로웠던 기억이 있지만, 전제 자체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쓰기여서 그런지 당시 나의 감정과 생각을 설명하듯 세세히 적어놓은 게 참 재미있다. 그 시절 속 어린 나에게 다가가서 "결국엔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위로를 건네주고 싶기도 하다.
검사가 끝나고 일기장을 돌려받을 때는 담임선생님의 코멘트를 항상 궁금해하고 기대했던 기억이 난다.가끔 일기장에 속상한 일을 적어놓으면 일기장 말미에 담임선생님께서 한두 마디씩 짧게 적어주셨던 위로와 지혜의 말씀에 위안을 얻은 적도 많았다.
온라인상의 글쓰기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초등학교 시절 제출용 일기와 성인이 된 지금 쓰는 온라인상의 글은 자발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글쓰기는 나의 감정 해소해 줄 뿐만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매체가 아니었다면 관계를 맺지 않았을 제삼자로부터 위로를 받게 해 준다. 그리고 그 위로는 때때로 절친한 친구의 위로보다 효력이 강력하다.
온라인상의 글쓰기는, 내 글을 읽는 타인의 적극적인 공감과 위로가 더해져 결국엔 마음이 치유되는 공간이 된다.
일기장이 감정의 해우소라면 온라인 속 나의 '공개된 일기장'은 마음 치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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