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유미의 세포들)
금요일 퇴근 후 짬짜면과 만두를 시키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TV에서 우연히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다.
32살 김유미 대리가(김고은 분) 주인공으로, 현실 세계와 김유미 대리의 내면에서 활동하는 세포들의 이야기를 동시에 그리는 드라마이다. 세포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몰랐지만 굉장히 유명한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라고 한다.
30대 여자가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을 ‘세포’라고 표현하는 것이 참 재미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연애세포가 죽었다'라는 표현에서 따온 게 아닐까 싶다.
김유미 대리가 처해있는 상황과 감정에 따라 우위를 점하는 세포들이 달라진다. 같은 회사 후배 채우기 대리(샤이니 민호 분)에게 설렐 때는 3년간 잠들어있던 사랑 세포가 깨어나고, 깊은 밤 갑자기 울적해질 땐 감성 세포와 상처 기록 세포가 활개를 친다.
유미의 세포들은 서로 우위를 점하려 경쟁하기도 하고 때론 협력하기도 하면서 공존한다.
<유미의 세포들> 1화를 보면 ‘프라임 세포’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프라임 세포란, 한 사람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세포들 중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세포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지름신 세포, 사랑 세포, 출출함 세포, 폭발 세포, 감성 세포, 이성 세포 등 내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포들 중 나의 프라임 세포는 무엇일까?
내가 무슨 감정을 제일 많이 느끼는지, 어떤 감정을 참기 어려워하는지를 생각해봤다. 요즘 나의 프라임 세포는 단연코 '불안 세포'였다.
뭔 놈의 걱정이 그리 많은지 눈으론 멍 때리고 있을지라도 머리는 온갖 고민 걱정으로 한시도 쉬지 않고 팽팽 돌아가고 있다. 집값 걱정, 회사 내 나의 위치 걱정, 돈 걱정, 나라 꼬락서니(?) 걱정 등등. 결국 돈 걱정으로 귀결되는 불안 세포가 절대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다.
내게도 프라임 세포가 연애 세포, 사랑 세포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감성 세포는 사치라고 느낄 정도로 현실 걱정에 빠진 30대 중반의 여자 사람이 되어 있었다.
김유미 대리의 세포가 때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내 안의 불안 세포 또한 영원히 우위를 점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 세포가 다시금 과거의 위용을 과시할 수도 있고 불과 한 달 전처럼 지름신 세포가 득세할 때도 있을 것이다. 나의 프라임 세포는 삶의 주기와 감정 상태에 따라 계속 변할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의 끝을 달릴 땐 이성 세포가 우울 세포를 물리쳐 정신을 차리게 해 주고 때에 따라선 폭발 세포를 작동시켜 감정의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말이다.
불안 세포처럼 썩 유쾌하지 않은 세포가 프라임 세포일 땐 그 시간을 지나는 과정이 너무 힘겹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험상 이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걱정의 늪으로 빠져들기가 쉬웠다. 부정적인 세포가 우세할 땐 최대한 나의 기분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활동으로 시간을 채워야 나가야겠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노력 여부에 따라 프라임 세포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자유의지의 힘을 믿으면서.
어젯밤처럼 불안 세포가 너무 커져서 잠까지 설치는 때는 차라리 가벼운 밤 산책을 하거나 기분 좋은 영상 한편을 봐야겠다. 내 기분을 살살 달래주면서 도닥여주면 어느덧 내 안의 걱정 세포도 예쁘고 긍정적인 세포에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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