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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올라프 Sep 28. 2021

요즘 나의 프라임 세포는 무엇일까

(feat. 유미의 세포들)

금요일 퇴근 후 짬짜면과 만두를 시키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TV에서 우연히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다.


32살 김유미 대리가(김고은 분) 주인공으로, 현실 세계와 김유미 대리의 내면에서 활동하는 세포들의 이야기를 동시에 그리는 드라마이다. 세포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몰랐지만 굉장히 유명한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라고 한다.


30대 여자가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을 ‘세포’라고 표현하는 것이 참 재미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연애세포가 죽었다'라는 표현에서 따온 게 아닐까 싶다.

김유미 대리가 처해있는 상황과 감정에 따라 우위를 점하는 세포들이 달라진다. 같은 회사 후배 채우기 대리(샤이니 민호 분)에게 설렐 때는 3년간 잠들어있던 사랑 세포가 깨어나고, 깊은 밤 갑자기 울적해질 땐 감성 세포와 상처 기록 세포가 활개를 친다.

유미의 세포들은 서로 우위를 점하려 경쟁하기도 하고 때론 협력하기도 하면서 공존한다.

유미와 유미의 세포들

<유미의 세포들> 1화를 보면 ‘프라임 세포’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프라임 세포란, 한 사람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세포들 중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세포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지름신 세포, 사랑 세포, 출출함 세포, 폭발 세포, 감성 세포, 이성 세포 등 내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포들 중 나의 프라임 세포는 무엇일까?

내가 무슨 감정을 제일 많이 느끼는지, 어떤 감정을 참기 어려워하는지를 생각해봤다. 요즘 나의 프라임 세포는 단연코 '불안 세포'였다.

뭔 놈의 걱정이 그리 많은지 눈으론 멍 때리고 있을지라도 머리는 온갖 고민 걱정으로 한시도 쉬지 않고 팽팽 돌아가고 있다. 집값 걱정, 회사 내 나의 위치 걱정, 돈 걱정, 나라 꼬락서니(?) 걱정 등등. 결국 돈 걱정으로 귀결되는 불안 세포가 절대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다.  

내게도 프라임 세포가 연애 세포, 사랑 세포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감성 세포는 사치라고 느낄 정도로 현실 걱정에 빠진 30대 중반의 여자 사람이 되어 있었다.

 

<유미의 세포들> 웹툰

김유미 대리의 세포가 때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내 안의 불안 세포 또한 영원히 우위를 점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 세포가 다시금 과거의 위용을 과시할 수도 있고 불과 한 달 전처럼 지름신 세포가 득세할 때도 있을 것이다. 나의 프라임 세포는 삶의 주기와 감정 상태에 따라 계속 변할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의 끝을 달릴 땐 이성 세포가 우울 세포를 물리쳐 정신을 차리게 해 주고 때에 따라선 폭발 세포를 작동시켜 감정의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말이다.


불안 세포처럼 썩 유쾌하지 않은 세포가 프라임 세포일 땐 그 시간을 지나는 과정이 너무 힘겹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험상 이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걱정의 늪으로 빠져들기가 쉬웠다. 부정적인 세포가 우세할 땐 최대한 나의 기분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활동으로 시간을 채워야 나가야겠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노력 여부에 따라 프라임 세포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자유의지의 힘을 믿으면서.

어젯밤처럼 불안 세포가 너무 커져서 잠까지 설치는 때는 차라리 가벼운 밤 산책을 하거나 기분 좋은 영상 한편을 봐야겠다. 내 기분을 살살 달래주면서 도닥여주면 어느덧 내 안의 걱정 세포도 예쁘고 긍정적인 세포에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유미의세포들 #불안세포 #프라임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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