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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올라프 Sep 24. 2021

삼키기 어려운 삶의 맛도 씹을수록  새로운 것임을


새삼 내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소화를 잘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


친한 언니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대장에서 용종 2개가 발견된 것이다. 다행히 검사한 당일 바로 용종을 떼어낼 수 있었지만 언니는 이틀간 이온음료, 물 , 약만 먹어야 하고 죽 섭취도 그 후에야 할 수 있다고 했다.​


물과 이온음료로 하루를 버티고 있는 언니를 생각하며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그 사랑 놓치지 마라>에 수록된 시 중 [삶의 맛]을 읽어보았다.


삶의 맛

물 한 모금
마시기 힘들어하는 내게
어느 날
예쁜 영양사가 웃으며 말했다

물도 음식이라 생각하고
아주 천천히 맛있게
씹어서 드세요

그 후로 나는
바람도 햇빛도 공기도
음식이라 여기고
천천히 씹어 먹는 연습을 한다

고맙다고 고맙다고
기도하면서ㅡ

때로는 삼키기 어려운 삶의 맛도
씹을수록 새로운 것임을
다시 알았다

-[새로운 맛] -그 사랑 놓치지 마라 (이해인 수녀 시집)

'때로는 삼키기 어려운 삶의 맛도 씹을수록 새로운 것임을'  


친한 언니의 대장 내시경 검사가 떠올라서 읽게 된 시였지만 ‘때로는 삼키기 어려운 삶의 맛도 씹을수록 새로운 것임을 다시 알았다' 라는 마지막 구절에 꽂혀 버렸다. ​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힘든 일을 겪을 때 사람들은 그 시기를 어떻게든 버텨내기는 해도 거기서 더 나아가는 작업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바로 '제대로 들여다 보고, 돌아보고, 점검하는 일'이다. ​


나는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민원을 받은 적이 몇 번 있다. 때로는 블랙컨슈머 때문에 맘고생을 심하게 했던 적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내가 인간관계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을 세심하게 돌아보고 배우는 계기가 됐다.

사람에게 상처 받았을 때에도 관계를 빠르게 손절하고 없던 일처럼 잊기보다는 나의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과거의 실수나 힘들었던 일을 재해석하면서 긍정적이고 발전하는 사람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

역경을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인생에 트라우마로 남길 수도 있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언니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서 건강을 다시 들여다보고 식생활을 점검하게 됐듯이, 내가 몇 차례 민원을 통해 인간관계의 지혜를 깨닫게 됐듯이 말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겪게 되는 난관은 우리를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기회다. ‘위기'라는 박스를 뜯으면 그 안에 '기회'라는 내용물이 들어있을 수 있다. ​


만약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자신의 식습관을 재정비하고 운동을 하면서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하면 '경제와 심리학 공부를 해서 정보의 정확성과 사람의 됨됨이를 잘 파악하는 안목을 길러야겠다.'라고 다짐하고 앞으로의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꿔 나가면 된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기분 나쁜 경험이 자신을 갉아먹도록 두지 않도록 하자.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 삼키기 어려운 삶의 맛도 씹을수록 새로운 것임을 깨닫고 득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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