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에 옥죄던 나를 구원한 건, 오늘의 온기였다

미역국과 커피, 그리고 우리가 나눈 시시콜콜한 대화들

by 탄산수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만 마음이 놓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 또한 그중 한 명입니다. 제게 '오늘 하루'란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증명해야 하는 미션같은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저희 집으로 찾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움보다 조급함이 먼저 앞섰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내 소중한 ‘생산적인 시간’을 뺏기는 것 같았거든요. 혼자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 남들보다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은 늘 저를 서두르게 만들었습니다.


노동과 환대 사이, 그 한 끗 차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내 시간을 내어주는 그 걸음 속에서 저는 뜻밖의 온기를 느꼈습니다.

1월에 태어난 소중한 인연들을 떠올리며 미역국을 끓이는 시간. 한때는 이 시간이 내가 해야 할 ‘진짜 일’을 방해하는 노동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의 음식을 오직 '환대'로만 바라봐주는 손님들을 보며 기쁜 마음으로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애슬아 나 미역국도 먹고 너무 고맙다' 그 한마디에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누군가의 기쁨을 위해 미리 준비하는 마음. 그 마음이 결국 나를 생생하게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시간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

혼자 치열하게 고민할 때는 보이지 않던 답들이, 함께 웃고 떠드는 평범한 대화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시원한 맥주 한 잔에 묵혀두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발레복 입은 아이를 뒤쫓아 놀아주는 친구를 보며 그 어떤 순간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파주에 위치한 <동그러니>라는 식당입니다
파주에 위치한 <피스피스> 카페입니다

'이렇게 놀아도 될까?' 죄책감이 들며 뺏기는 시간이라 생각했던 조급함은 선물 같은 공간 앞에서 하얗게 녹아내렸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마시며, 시간은 누군가와 ‘공유’하며 채워갈 때 행복하다는 것을 또 한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우리는 왜 여기에 있을까?

하루의 끝자락, 아이를 재우고 조용히 책 한 권을 펼쳤습니다. 책 속의 말은 제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난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를 깨달았어.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사랑받기 위해.

내가 그토록 매달렸던 '생산적인 성과'라는 것은, 결국 이 소박한 평화를 지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포개며, 저는 오늘 하루의 눈부신 조각들을 찾았습니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면, 잠시 멈춰 내 곁의 온기를 가만히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성과보다 소중한, 함께라서 더 눈부신 당신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이날의 온기를 영상으로도 기록했습니다.


짧은 영상

https://youtu.be/Wbv0tJ1o5KM?si=N9SzHHyUYRHGLtH6


긴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QAHRGI3snqE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