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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 Jul 05. 2022

[나의 해방일지 ep1] 심리상담센터 첫 방문 후기

거기 문제 있는 사람들만 가는 거 아닌가요?


딱히 신체적으로 아픈 곳이 없는데,

회사 생각만 하면 무기력해지고

누군가 가슴을 세게 누르는 것처럼 답답했다.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알 수 없는 짜증과 우울함으로 매일을 달려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내가 자칫 이성을 잃으면 선로에서 탈선해 큰 사고가 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무작정 포털 사이트에 심리상담센터를 검색했다.


몇년 전부터 심리 상담을 받아보고 싶었지만,

회당 5~8만원이라는 금액이 매우 부담스러워서 도전하지 못했는데 나도 얼마나 급했던 것인지,

출구 없는 마음을 뚫어줄 수만 있다면

얼마를 내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근무 중 부리나케 센터를 찾아 예약했다.  

(참고로 난 일상 디폴트 값이 우울함과 예민함이라 나 자신을 견딜 수 있는 수치가 꽤나 높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엔 감당할 수 없게 감정들이 휘몰아쳐서.. 이대론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다...)


포털 사이트, 유튜브 등에 올라온 상담 후기들을 보면서

나와 잘 맞는 선생님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집, 회사와의 거리보다는 네이버 검색 평점이 높은 곳을 우선 순위로 찾게 되었고,

전화를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어

더 마음이 갔다.

(직접 전화를 해서 '상담을 좀 받으려고 하는데요'라는 말을 별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시름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온라인 예약 후 2시간 뒤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여보세요...라고 전화를 받았다.


'상담 시간을 일요일로 신청하셨는데, 저희가 일요일은 쉬어서요, 환불해드릴까요?'


내 예상과 달리 다소 비지니스적인(?) 선생님의 태도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만큼 절실했기에 연차를 쓰고 평일에 방문하기로 이야기를 끝냈다.

그리고 그날 하루종일 '환불해드릴까요'라는

선생님의 말이 귓가를 계속 맴돌았다.  

'내 문제가 환불을 할 만큼

가벼운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

동시에

'상담 받을 상황이 안 되면 환불해준다는 뜻이었는데, 나는 왜 그걸 나쁘게 생각하는 걸까?'

 가지 생각이 신호등 빨간불 파란불처럼 번갈아 켜지고 있었다.

나는 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상담 센터에 첫 방문하게 되었다.


상담시간은 50분,

이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마음에

미리 말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가야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내버려두기로 했다.

선생님은 왜 목요일에 예약을 하게 되었고 급히 일요일에 이곳에 오려고 했는지 물으셨다.


나 : '제가 퇴사를 해도 될까요? 선생님께 그 답을 듣고 싶어서...'

선생님 : '(웃으며) 퇴사에 대한 답을 듣고 싶으셔서 이곳에 오신 건가요?'


그러면서 지금 내 회사 상황을 공유드렸다.

나는 3년 넘게 공들인 프로그램을

여러가지 이유(내 자발적 의지, 현실적으로 변화 불가한 상황)로 떠나 보내게 되었다.

내 자신을 괴롭혀 가면서까지 난 최선을 다해서 임했는데, 함께 일한 팀원 중 하나가

'자기가 이 프로그램 때문에 너무 힘든데, 굳이 참으면서 하고 싶지 않다'고 새벽에 카톡을 보냈다.


충분히 그사람 입장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본인이 힘든 것이

마치 나와 내 프로그램인 것처럼 얘기하는 뉘앙스에

배신감과 분노, 억울함이 치밀었다.

 

'난 이러는 너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고 싶은데, 왜 이걸 참고 계속 혼자 노력해야하지?'


하지만 나는 늘 그래왔듯이 그사람에게 좋은 사람이어야 했기에 랑이 이빨을 드러내지 않고

내가 상처받았음에도

최대한 그 사람이 신경쓰이지 않도록 반응해주었다.


선생님은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어떤 감정이 드냐고 이야기했고, 나는 오직 프로그램을 위해서 인내하고 진심을 다했는데, 그 노고를 인정받지 못하고,

실패해서 속상한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고개를 저으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00씨는 실패에 대한 낙담보다는, 본인이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받지 못하는 사실이 억울한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말에 멈칫했지만,

잠시 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프로그램이 성공하는 것은

우선 순위가 아닌 사람이었다.

그저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었음 했다.

적어도 사람 관계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 팀이었으면 했고,

(잘못된 생각이었지만) 그 모든 것을 내가 감당하면 된다고 착각했다.


그래서 모든 팀원들이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공들이는 일이 많았다.

대본이 늦어져도 몇차례 둘러서 얘기할 뿐 정확히 말하지 못했고,

프로그램 방향성이 잘못된 걸 알면서도 올바른 디렉팅도 하지 못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사실을 간과했고,

나는 신중함을 핑계로 그들이 바뀌기를 무턱대고 기다렸다.

내가 미움 받는 것보다 프로그램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나보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후련해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첫 상담인 만큼, 선생님은 앞으로 어떤 상담을 기대하는지 물었다.

나는 내 스스로가 총체적 난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나는 대로 내 문제점들을 이야기 했다.


1) 사람들의 눈치를 지나치게 많이 보는 것


이건 좀 tmi일 수도 있지만 혹시나 누군가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꼭 보기를 바라면서 적어본다.

1)을 말하자 예상치 못한 선생님의 답변이 돌아왔는데,

'애초에 태어나기를(기질)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있다' 라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원래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좀 편하지 않아요?'라고 덧붙이셨다.

오! 정말 그런 거 같았다.

눈이 동그랗게 생겨서 태어난 것처럼

눈치를 많이 보게 태어났다고 생각하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걸 느끼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2) 낮은 자존감을 높이는 일


2회기부터 본격적으로 적어보겠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니 집단 상담도 병행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함께 해보기로 했다.

(10회기 개인 상담에서 5만원만 추가하면 된다고 하셔서 부담이 적어서 하게 되었다..ㅎㅎ 사실이다...)


사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한치 앞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뜻 큰 비용을 내고 10회기를 결제하기는 어려웠지만,

이 용기를 일회성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질 내 정신적 건강을 위해

나는 시원하게 10회기 상담을 신청했다.

(최신 휴대폰 하나 샀다 셈치면 마음이 조금 편하다...ㅎㅎ)


주마다 개인 상담, 집단 상담 각 1회,

내 퇴근 후 일상이 기다려진다!


다음은 집단 상담 1회기 후기로 돌아오련다!

▲ 안국역에 위치한 로우루프, 4층으로 올라가면 북촌 아기자기한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귀여운 창들이 사방에 뚫려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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