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생일날 #2

It's not your birthday.

by 뭉클몽글

그날 오후 다시 그 아이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아니에요, 선생님. 괜찮습니다. 근데 하나 섭섭한 건 제가 미리 아이가 그 영화를 보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말씀드렸는데도 그 영화를 보게 되었단 거예요. 물론 생일인 친구가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신경을 조금 써주시지...

나: 아...


뭐라고 말을 이어가야 할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쩜 이리도 본인아이만 생각한단 말인가. 내 아이의 생일이 아닌데도 내 아이를 특별히 더 신경 써달라는 어머님의 말씀. 마음으로 이해하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됐었다.

그냥 헛웃음만 나왔을 뿐.




마지막 세 번째 아이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생일전날 영화를 보고 싶어 하지 않던 아이가 등원하자마자 나에게 조그맣게 접힌 손 편지를 건네주었다.

펼쳐보니 이렇게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난감했다. 어떻게 설명해 줘야 실망하지 않을까. 모두가 즐거울까.

본인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제목을 쓴 편지를 내게 건네어 준 아이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는 아이에게 알았다고, 친구들과 잘 이야기해 보자라고 얘기해 주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아이의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다.


나: 어머님, 아침에 우리 oo가 편지를 주더라고요. 영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나 봐요.

엄마: 네, 선생님. 아이가 선생님께 갑자기 편지를 쓰겠다고 해서요. 내일이 생일파티 날이니 또 기억이 났나 봐요.

나: 네. 그랬구나. 에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고 싶은 영화 틀어주고 싶은데 제 마음대로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안타깝네요. 원어민 선생님과 다시 한번 잘 이야기해볼게요.

엄마: 그죠. 선생님. 난감하실 것 같은데 아이가 어려서 그런지 잘 이해를 못 하네요. 생일친구에게 보고 싶은 영화를 이야기해 보라고도 할게요.

나: 네. 그렇게 하는 것도 좋겠네요. 혹시나 생일인 친구가 또 그 영화를 보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 아이가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만 설명 부탁드립니다.

엄마: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원어민선생님께 여차저차 지금까지 있었던 상황을 설명하고 생일파티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다음날이 되었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일인 친구의 선물을 들고 등원했다. 표정도 밝고 아침인사도 반갑게 했다.

나는 아이의 표정을 보고 안심했다.

'어머님이 말씀을 잘해주셨구나.' 다행이다 싶었다.

우리 반 친구들이 모두 즐겁길 바랐다. 즐거운 날이니까 기분 좋게 축하하고 축하받으면 좋으니까.


유치원 알림장에 메시지가 왔다.

선생님, 아이가 영화 보는 걸 원치 않아서 영화 보는 시간 전에 바로 하원할게요.
제가 시간이 되지 않아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데리러 갈 테니 언제 가면 되는지 시간 알려주세요.


아...

힘들다.

모두 행복할 수는 없나 보다.


영어유치원이니까 영어 가르치는 것만 고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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