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의 노래
글 쓰는 동지 여러분,
이번 주제는 시/노래가사 쓰기입니다. 수강생들에게 요청받아 진행했던 주제 중 하나였는데요. 사실 처음에는 좀 망설였답니다. 10년간의 기자 경력 덕분에 산문에는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운문은 또 다른 영역이니까요. 과연 시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는지 걱정이 앞섰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저의 글쓰기에 좋은 영향을 미친 주제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 수업을 진행한 이후, 시 쓰는 물꼬가 터진 것처럼 여러 편을 쓸 수 있었거든요.
시라고 하면 미사여구부터 떠올리는 분들이 많지만, 좋은 시를 쓰기 위한 첫걸음은 새로운 관점의 발굴이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한 풍경과 평범한 일상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찾아내는 사람이야말로 시인의 눈을 지닌 거죠. 그래서 어린이들은 모두 시인이라는 말이 있는 거고요.
시인의 눈을 크게 뜨고 소재를 확보한 다음에는 시적인 표현력을 갖춰야 합니다. 연과 행을 나누라거나 각운을 맞추라는 등의 작법 이론을 몰라도 괜찮습니다. 그냥 몇 번이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시에 리듬을 심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시적 표현력의 핵심은 바로 이 리듬/운율에 있으니까요.
이 수업에서는 수강생들이 공유하고 싶은 시/노래가사를 준비해 같이 읽어보면서 해당 작품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떤 장점을 활용해 내 작품을 구상하면 좋을지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래는 함께 진행한 브레인스토밍 내용입니다.
#1 – 박노해 ‘꼬막’ / ‘그 겨울의 시’
일상으로부터의 영감. 전 세대의 연륜과 현세대의 연결, 꾸밈없이 날것 그대로의 묘사. 자신에게서 나오는 진실성. 자연현상과 삶/일상/사회와의 연결. 표현 면에서는 정겨운 사투리 사용.
시적인 표현: 졸깃, 싸목싸목, 또로롱, 짭쪼름 등
#2 – 알베르 까뮈 ‘In the midst of winder’ / 김광석 ‘서른 즈음에’
까뮈 –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고요한 시선. 일상 너머에 존재하는 삶의 지혜를 정제된 언어로 표현.
김광석 – 가사만으로도 시가 되는 노래.
#3 – BTS ‘매직샵’ / 조용필 ‘어느 날 귀로에서’
BTS – 거대한 세계관을 담은 가사. 판타지 대작 같은 느낌. 멜로디와 콘셉트, 퍼포먼스라는 맥락 없이 가사만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운 인상.
조용필 – 김광석과 마찬가지로 가사만으로도 시가 되는 감성.
#4 – mc 스나이퍼 ‘봄이여, 오라’ / 남진 ‘님과 함께’
mc 스나이퍼 -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워도 울림이 있는 작품. 아름다운 표현에 집중해서 자칫 메시지를 놓치면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음.
남진 – 쉽고 직접적인 가사. 단순하고 원초적인 표현으로 핵심을 전달.
주변에 내가 아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세요. 풍경, 사람, 반려동물, 음식.. 아무거나 좋습니다. 애정 어린 눈길을 받으면 무엇이라도 시가 될 수 있으니까요. ^^
나무의 노래
바람이 불면 나무는 노래한다
무성히 펼친 잎사귀들 사이로
햇살 부서지고 바람 내달리며
천 장의 나뭇잎이 일제히 사락사락
한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반짝반짝 눈으로 듣는 음악
부지런히 실 잣는 누에처럼
비단실에 꿴 구슬 같은 음표들
조롱조롱 길게 뽑아져 나온다
그림자도 일렁일렁 춤을 보탠다
나무는 그렇게 사계절을 노래한다
봄이면 안녕, 만나서 반가워
가을이면 안녕, 만나서 반가웠어
겨울이면 마른 둥치에 악보를 품은 채
가지로만 타닥타닥 한숨 같은 콧노래
비로소 여름 되어 터져나오는 환희의 송가
온몸으로 바람 맞으며 나무는 노래한다
바람이 없으면 노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