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한가운데서도 글을 놓지 않는 마음
나는 브런치에서도 글을 쓰지만, 나의 태생이자 본래의 글쓰기 고향은 블로그다. 내 마음의 안식처이자, 언제든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친정과도 같은 곳.
최근 블로그 앱이 개편되며 여러 변화를 시도했는데, 그 변화가 영 탐탁지 않았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꽤 많은 사람이 이에 불만을 토로했고, 또 블로그에서 조용히 이탈하기도 했다. 새롭게 떠오르는 SNS, 스레드가 그 이탈의 속도를 한층 가속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블로그는 한물간 유물처럼 취급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나는 블로그를 완전히 내칠 수 없었다. 오랜 기간을 함께 해오다 보니, 나의 많은 것들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기도 하고, 그만큼 미운 정 고운 정이 진하게 배인 곳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돈의 방향은 시시각각 바뀌고, 효율과 생산성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었다. 세상이 바뀌니 플랫폼도 바뀐다. 그 속에서 블로그 생태계도 이 변화를 일부 수용해야 할 것이고, 나 또한 그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블로그에서 느리게 글을 쓴다는 건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느림의 공간, 내 기록의 아카이브 공간인 블로그를 애정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요즘엔 새 글 피드에 올라오는 이웃들의 글도 현저하게 줄었다. 블로그 앱이 일부러 보여주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며 몇몇 이웃들의 블로그 주소를 검색해 바로 가기를 해봤지만, 상당수의 이웃이 블로그 글쓰기를 포기하거나 아주 가끔씩만 글을 남기고 있었다.
그들의 행방이 궁금했다. 그들은 왜 블로그 글쓰기를 멈췄을까. 더 유망한 SNS로 활동 무대를 옮긴 것일까. 블로그 그까짓 거 해보니 별것 없다고 느낀 것일까? 생각해 보면 그들의 선택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글쓰기는 돈이 되지 않고, 즉각적인 보상도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외로움과 고독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최근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이제는 퍼스널 브랜딩도 식상하고, 너도나도 글 쓰고 책 쓰기에 몰두하는 게 한낱 유행의 한 단면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잘 포장된 자기 계발의 또 다른 형태. 나를 팔기 위한 또 하나의 시장.
물론 이러한 작업을 통해 개개인의 일말의 보람은 찾을 수 있겠으나, 결국엔 돈 벌기가 우리 모두의 목적 아닌가? 조용히 진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거 안 하고 있을 거 같은데? 특히나 요즘같이 현금의 가치가 흘러내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요즘 같은 부의 양극화, 그 갈림길에선 오히려 투자에 더 몰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글쎄다. 지금 상황에선 무엇이 더 맞는지 나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화려한 성과로 자신을 증명하고 있는데, 이 낡은 공간에서 문장을 쌓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오늘 밤은 유독 생각이 많고도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