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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F가 아니라 쌉T였다.

by 라이팅유주

최근들어 온라인 지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내 글에서 '쌉T'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 나는 MBTI 검사를 할 때 마다

거의 100%에 가까운 'F'로 나오는데?


누가 힘든 얘기를 하면 절절히 공감하고

영화를 봐도 너무 몰입을 해서

며칠간 여운이 남는 사람인데?


그런 나에게, 그냥 'T'도 아니고 '쌉T'라니!?


게다가 나는 온라인에서 글을 쓸 때

상당히 공을 들여 날 선 문장을 순화하는 편이라

이 말은 더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글은 글쓴이의 내면의 결을 나타낼 수 밖에 없다더니

겉으로는 부드러워도

어쩔 수 없는 내 안의 본성과 단단함이

문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일까.


사실 나는 쓰고 싶은 내 안의 무언가가 참 많다.

무언가를 보거나 듣게 되면

그에 따른 나의 생각이 피어나기 마련인데

그 생각들이 늘 착하고 고운 것만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때로는 거칠고, 솔직하고, 조금은 불편한.


올바르고 착하며 고분고분한

그런 이야기는 절대 내 타입이 아니다.


참아왔던 말, 억눌렸던 감정,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 삼켜버린 문장들.

그런 것들이야말로 내 안에서

가장 강렬하게 쓰고 싶어지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런 글을 과감하고 솔직하게 쓰려니

이미 내가 너무 알려진 사람 같고 (미친 생각 집어쳐 ㅎㅎ)

내가 나에 대해 너무 까발린 것 같아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

이쯤에서 얼굴 공개, 실명 공개 괜히 했나 싶은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그래도 글이란 결국, 나를 마주하는 일이 아니던가.

진짜 나의 목소리를 꺼내는 것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도 한다.

그나마 아는 사람이 덜한 브런치에서

조금은 더 솔직하게, 더 대담하게 써보자고.


누군가는 그걸 '쌉T'의 기운이라 하겠지만

난 그걸 진심의 밀도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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